친박 "잘못 따질 게 아냐" vs 비박 "친박 책임론 지적됐어야"
정병국 '백서 재발간' 공약 제시…전대 쟁점 부상 조짐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패배 원인을 담은 국민백서가 17일 발간되자 당내 주류와 비주류는 일제히 엇갈린 평가를 내놓으며 대립했다.

당의 주류로서 지난 총선 공천을 주도했던 친박(친박근혜)계는 양대 계파 간 갈등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양비론'적인 시각에서 접근한 반면,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는 주류 책임론이 빠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이 총선 민의를 또 왜곡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특히 8·9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당권 주자들까지 이 같은 논쟁에 가세하면서 총선백서 문제가 전대 쟁점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대표에 당선되면 총선 백서를 다시 발간하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반성조차 제대로 못 하는 비겁한 당의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국민백서는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참회록이 되어야 하는데 이번 진실치 못한 백서는 국민의 용서를 구할 기회마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4·13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심판을 온몸으로 거부한 백서를 인정할 수 없다"며 "당 대표가 되면 진실을 담은 백서를 재발간해 새누리당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정당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말했다.

대표 도전을 선언한 김용태 의원도 기자간담회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 한 사람이 막장 공천을 주도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며 "이 위원장의 오만과 독선이 가능했던 구조적 원인인 친박 패권주의는 백서에 나오지 않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강석호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 어떤 부분은 잘못됐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데 막말 논란, 진박 감별사 등의 내용이 많이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른바 '탈박(탈박근혜)'으로 분류되는 한선교 의원은 "언론에서 지적한 내용을 넘어선 것은 없는 것 같다.

외부에 전적으로 의뢰했다지만 무언가 조절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범친박계인 이주영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누가 잘못했느냐에 무게를 두고 갈등을 빚기보다 뼈저린 반성의 토대 위에서 미래로 가는 혁신의 과제를 백서에서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공천문제와 친박·비박의 계파 갈등을 꼽았는데 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분석"이라며 "특정인 책임이 아니라 모두의 책임이며 중진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함진규 의원은 최고위원 출마 회견에서 "지역별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적합한 후보자를 찾는 과정에서 관점에 이견이 있지 않았겠느냐"면서 "제도적으로 공천 시스템을 보완해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백서는 새누리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냉정하게 우리 현실을 파악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이 어려워진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