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파동·수직적 당청관계·상향식 여론조사 공천 등 원인으로 지목
인적 책임 소재는 안가려…일부 대목서 '이한구 독단'만 지적
김희옥 "백서, 과거 아닌 미래 위한 것"…혁신안에 백서 반영키로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17일 20대 총선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백서'를 공개했다.

백서는 총선 참패의 원인과 관련해 전문가, 일반인, 출입기자, 당 사무처 직원, 총선 경선후보 등의 의견을 나열식으로 담았다.

총선 참패의 주된 원인으로는 ▲계파 갈등에 따른 공천 파동 ▲상향식 여론조사 공천 ▲수직적 당청 관계 ▲대국민 소통 부재와 오만 ▲정책 부재 등이 꼽혔다.

그러나 이는 이미 총선 직후부터 언론을 통해 대부분 여러 차례 지적된 내용이어서 굳이 백서까지 발간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인 비박(비박근혜)계 중 어느 쪽에도 책임을 지우지 않는 등 구체적인 인적 책임론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한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의 독단에 책임을 지우는 대목이 포함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진실한 반성과 철저한 책임 가리기가 백서에 담겼어야 했는데, 오래전부터 누구나 다 아는 내용만 나열해 놓았다"면서 "새누리당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국민백서의 내용이 두루뭉술하고 밋밋한 백화점식 나열이 된 것은 전당대회를 앞둔 양대 계파의 신경전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대위가 출범한 지 한 달도 안 돼 비박계인 권성동 당시 사무총장이 낙마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백서 발간에 주류 친박의 공천 책임론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제기됐을 정도였다.

그러나 비대위 측은 이번 백서가 계파 갈등의 또 다른 원인이 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자 이 같은 내용을 담을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백서 발간과 관련해 "이 백서는 새누리당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위한 게 아니라 냉정하게 우리 현실을 파악해 미래로 전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이 어려워진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고 지상욱 대변인이 전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또 "새누리당의 모든 구성원은 국민이 지적한 대로 계파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자제하고 모두 앞에 나와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당의 혁신과 화합에 디딤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 시간부터 통합, 민생, 혁신으로 하나 된 새누리당이 국민 목소리를 받들어 다시 사랑받도록 함께 전진하자"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백서에 나온 내용을 앞으로 혁신안 성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지 대변인은 설명했다.

291쪽 분량의 백서는 김진양 유니온리서치 부사장, 윤종빈 명지대 교수와 익명의 전문가 등 모두 6명이 감수를 맡았으며, 오는 19일 시중에 발간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배영경 현혜란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