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땐 대통령 국정 뒷받침한다더니…"유리할 때만 친박" 비판도
TK 반발 의원 대부분 친박…비박 유승민 묵묵한 지지 '아이러니'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대다수인 TK(대구·경북) 의원들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를 놓고 심각한 정치적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 기반인 TK 지역에서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사람은 우리뿐"이라고 했던 이들이 정작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정권의 핵심 지지 세력이어야 할 주류 TK 인사들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특히 친박 핵심인 최경환 조원진 의원과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곽상도 의원 등 이른바 '진박(진짜 친박)' 논란을 일으켰던 인사들까지 합세, 정부의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지역 지원책을 달라는 내용의 성명을 낸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사드 배치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중에서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TK 친박 의원들의 이 같은 집단행동은 모순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성주·고령·칠곡이 지역구인 이완영 의원은 14일에도 MBC·YTN 라디오에 잇따라 출연, 부지 선정을 위해 정부가 실시한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보상책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을 지역에 배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적잖은 TK 친박 의원들은 지난달 밀양 신공항 건설이 무산됐을 때에도 집단으로 성명을 내고 정부 결정을 비판한 바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여권 내부에서는 "유리할 때만 친박을 자처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지역 여론에 민감한 것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국가 안보나 경제 위기 등과 관련한 정책에 대해서는 일사불란하게 국정을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이들 TK 친박계가 지난 총선 공천 기간 '국정 발목잡기'의 대명사로 몰아세우며 탈당을 압박했던 유승민 의원이 이들의 성명 발표에 동참하지 않고 묵묵히 정부 결정을 지지하고 있는 점은 역설적이다.

한편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론자들은 이른바 '떼법'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지역구 국회의원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 문제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지역구별로 국회의원을 뽑다 보니 의원들이 태생적으로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이슈보다는 지역 현안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고, 상향식 공천제 등의 도입으로 지역 천착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면서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차별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