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사법외처형-강제노동-고문 자행" 규정…대북 제재 완결판
인권혐의 만으로 제3국 지도자 제재하는 것도 이번이 처음
북미관계 경색 장기화 불가피…남북관계도 직접 영향권에


미국 정부가 6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첫 제재대상에 올렸다.

미국 정부가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재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침해만을 이유로 미국이 제3국의 지도자를 직접 제재하는 것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안 그래도 경색된 북미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 의회에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나열한 인권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재무부는 이를 근거로 개인 15명과 기관 8곳에 대한 제재명단을 공식 발표했다.

애덤 주빈 미 재무부 테러·금융정보담당 차관대행은 성명에서 "김정은 정권하에서 수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사법외 처형, 강제노동, 고문을 비롯해 견딜 수 없는 잔혹함과 고난을 겪고 있다"며 인권제재 이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 이외에 제재대상에 오른 인사는 리용무 전 국방위 부위원장과 오극렬 전 국방위 부위원장, 황병서 국무위 부위원장 및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최부일 국무위 위원 및 국가안전보위부장, 박영식 국무위 위원 및 인민무력상, 조연준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김경옥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강성남 국가안전보위부 3국장, 최창봉 인민조사부 조사국장, 리성철 인민보안부 참사, 김기남 선전선동부장, 리재일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조일우 정찰총국 5국장, 오종국 정찰총국 1국장 등이다.

기관은 국방위원회(6월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폐지·현 국무위원회에 해당), 조직지도부, 국가보위부와 산하 교도국, 인민보안부와 산하 교정국, 선전선동부, 정찰총국 등이다.

이 가운데 대량파괴무기(WMD) 관련 등 다른 혐의로 이미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오른 인사 4명(리용무·오극렬·황병서·박영식)과 기관 3곳(국방위·선전선동부·정찰총국)을 제외한 신규 제재대상자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개인 11명, 조직지도부를 비롯한 단체 5곳이다.

제재 보고서에는 현 국무위에 해당하는 국방위 등 조직개편 이전의 기관 명칭이 적시돼 있다.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입국 금지와 더불어 미국 내 자금 동결 및 거래 중단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북미관계가 오랫동안 중단된 상태여서 이번 조치가 북한에 실질적 타격을 주지는 않지만 김 위원장을 포함해 북한 정권 핵심부를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받을 심리적 압박감과 타격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는 지난 2월 18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첫 대북제재강화법(H.R. 757)에 따른 조치로, 이 법은 국무장관으로 하여금 인권유린과 내부검열에 책임 있는 북한 인사들과 그 구체적인 행위들을 파악해 120일 이내에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 304조는 "김정은과 국방위 및 노동당 간부들이 행한 인권유린과 내부검열 내용과 책임에 대해 보고서에 구체적으로 기술할 것"을 적시하고 있다.

이에 따른 보고시한은 지난달 16일이었으나 내부 조율과정에서 다소 늦춰졌다.

미국은 그동안 연례 인권보고서를 통해 북한을 쿠바와 중국, 이란, 수단, 우즈베키스탄과 함께 독재정권으로 지칭하면서 북한이 정치탄압과 나체처형 등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미 정부의 이번 제재대상은 예상보다 강도가 훨씬 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부는 북한 인권보고서만 의회에 제출하고 제재명단 발표는 다음 정권으로 넘길 수도 있었으나, 보고서 제출과 동시에 전격으로 발표했다.

더욱이 앞으로 상당기간 북한과의 관계회복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인권침해와 관련된 핵심 인사 및 기관을 사실상 모두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 같은 조치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센 조치"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북핵과 인권은 별개이며, 따라서 이번 제재는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 대응과는 관계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인권을, 특히 김 위원장을 사실상 '인권유린의 주범'이라고 낙인찍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북한의 대응 강도에 따라서는 북미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를 포함해 한반도 전체가 긴장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정부는 앞서 지난 3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당시 국방위를 비롯한 5개 기관과 북한 정권의 2인자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등 개인 11명을 특별제재대상에 올린 데 이어 지난달 1일에는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북한을 처음으로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도 지정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