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책임" 사퇴의사 관철…대권가도 구상 차질
'또 철수정치' 비판 일수도…"당 진공사태로" 지적도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29일 4·13 홍보비 파동의 여파 속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안 대표의 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로 당 전체가 구석에 몰리며 지도부 책임론이 비등하자,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한다"며 초강수를 던졌다.

주변에서는 최고위원 등을 중심으로 만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지만, 안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겠다.

저와 국민의당은 앞으로 더 열심히 주어진 길을 걸어가겠다"며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여기에는 국민의당은 물론 본인의 정치인으로서의 입지가 더 타격을 받지 않으려면 최대한 강도높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도부 공백사태를 불러오며 아직 틀이 잡히지 못한 신생정당에 지나치게 부담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안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사퇴하자 안 전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결과는 대표들의 책임"이라면서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안 대표는 평당원으로 지내오다 지난해 말에는 문재인 전 대표와 대립하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4·13 총선에서는 정치권의 예상을 뛰어넘고 38명의 당선자를 내면서 3당 체제의 문을 열어젖히는 쾌거를 거뒀다.

이후에도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안 대표 역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거침없던 안 대표의 행보는 6월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례대표인 김수민 의원을 고발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박선숙 전 사무총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가운데 안 대표의 측근들 간 알력다툼까지 구설에 오르자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안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도 대표직 사퇴까지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전날 일부 측근에게는 의중을 밝히긴 했지만 당내에서는 막판에는 주변의 만류를 수용하면서 대표직을 유지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안 대표는 결국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책임'을 강조하면서 대표직에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도 "책임을 지는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던 만큼 여기서 책임을 피해가는 모습을 보이기는 쉽지 않았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국민의당 구성원들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시절 문 전 대표의 재보궐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요구해 왔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대표가 야심차게 기획한 3당 체제가 안착되기도 전에 대표자리에서 내려오면서 그의 대권가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연말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당 대표에서 물러나 자연스럽게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겠다던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야권 관계자는 "논란 이후 안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계속 금이 가고 있었다"면서 "이번 사퇴로 3당 실험 역시 빛이 바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2년 대선후보 사퇴, 2013년 신당창당 포기 등 주요 국면마다 보여준 '철수정치'를 이번에도 반복했다는 지적도 제기할 수 있어 대권가도에서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안 대표의 지지율이 심각하게 추락할 수도 있었던 만큼,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사퇴였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대표직까지 던지는 책임지는 모습이 추후 '2보전진'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수윤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