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배지 단 북한사람도 줄어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석달째 이어지면서 북중접경에서 '반(反)북한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29일 북중접경의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국제사회와 중국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 등을 강행하자 북한을 바라보는 상당수 중국인들의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최근 북중 접경지역에서 바깥 활동을 하는 북한 사람들도 이런 변화를 의식, 제재 이전에 비해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다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실제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한 소식통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사업상 만나는 북한 무역일꾼이나 중국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거의 100% 달고 있었으나 요즘들어서는 달고 있는 사람을 보기가 오히려 힘들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배지를 달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면 명확한 대답 대신 '요새 분위기가 그래서…'라며 말끝을 흐리는 것을 보니 자신들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는걸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근 접경에서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북한 무역상들이 중국측 파트너 등의 반응을 감안해 배지를 달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인민복 차림의 간부들은 대부분 배지를 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 선양(瀋陽) 등지에서는 '조선(북한)은 말썽꾸러기 이웃'이라는 이미지가 퍼지면서 북한식당 이용객도 크게 줄었다.

선양의 한 조선족 기업가는 "예전에는 여종업원이 미인이고 친절하다는 인식 때문에 조선식당을 가기 원하는 한족(漢族·중국인) 사업가들이 많았으나 최근엔 '중국 지도부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나라'라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한족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 기업가는 "중국식당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꽃다발 구입 등 식당 종업원들이 요구하는게 많은 탓에 예전보다 손님이 20~30% 정도 감소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지린(吉林)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한 소식통은 "이곳에선 전통적인 우방이라는 인식 때문에 조선에 동정적인 여론이 많았으나 핵실험 여파가 직접 닥치고 북한군인의 탈영 및 중국인 살해사건 등으로 꺼리는 느낌이 많아졌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선양연합뉴스) 홍창진 특파원 reali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