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단 당내 경선서 비주류 약세 절감…'그들만의 전대' 되나
비주류 "폐쇄적 모습 비쳐질까 우려…당 확장성 잃어"


더불어민주당에서 점점 세를 잃어가고 있는 비주류 진영이 차기 당권 레이스에서도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8월말 전당대회가 주류 진영의 소수 후보들 위주로만 치러지면서 후보 난립에 대비해 만든 '컷오프' 제도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6일 더민주에 따르면 최근까지 8·27 전대 출마를 고민하던 김부겸·박영선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전대에서 비주류의 비중은 급격히 줄었다.

현재 당권 출마 가능성이 언급되는 인사 가운데 비주류 진영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이종걸·신경민 의원 정도다.

이들은 비주류의 세가 너무 약하다는 점에서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주변 분들과 세를 규합해 보려 한다"면서도 "(비주류 진영이) 수적으로 열세라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추미애·송영길 의원은 모두 범주류 인사로 분류된다.

주변에서 권유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원혜영 의원이나 거취를 고민 중인 김진표 의원도 범주류 인사다
비주류 인사들의 행보가 위축된 데에는 최근 계속된 당내 경선에서 약화된 비주류의 힘이 고스란히 드러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총선 직후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진영은 86그룹·범주류 후보들인 우상호·우원식 후보의 결선투표를 바라만 봐야 했다.

국회의장 선거에서도 범주류로 분류되는 정세균·문희상 후보가 121표 중 106표를 가져갔다.

일각에서는 이제 주류 진영으로 힘의 균형추가 확연하게 쏠리면서, 비주류 진영에는 최소한의 견제를 할 힘도 남지 않았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차기 전대가 사실상 주류 진영만의 무대가 될 조짐을 보이자 당내에서는 컷오프를 위한 예비경선이 치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더민주는 앞서 4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할 경우 예비경선을 치러 3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만일 주류 진영에서 누군가에게 힘을 모아주기로 한다면 사실상 대항이 불가능하다"며 "주류 진영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후보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류 진영의 압도적인 영향력 아래 전대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당이 획일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이 다양한 세력을 포용하지 못하는 폐쇄적인 모습으로 비쳐진다면 확장성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주류 진영의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까지 생각한다면 손학규 전 상임고문 등을 비롯해 여러 인사들이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당내 역학 구도가 굳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분당 사태를 거치면서 과거와 같은 당내 분열이 사라진 것일 뿐 당이 획일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주류 진영의 한 인사는 "비주류 인사 상당수가 국민의당으로 가면서 예전 같은 극단적 대립이 사라진 것이지, 지금도 당내에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인사들이 공존하고 있다"며 "당이 폐쇄적이라는 비판은 여전히 주류-비주류 대결구도로 당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