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만에 발사 '성공'…기술결함 극복한 듯
IRBM 도발 위협 현실화…"괌 미군 기지 타격권"

북한이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BM-25)'을 22일 또 발사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은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에 대한 타격 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했다.

사거리가 3천~4천㎞에 달하고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수단 미사일은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하는 미군 전력의 집결지인 태평양 괌기지와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에 집착하는 것은 미군을 타격할 수 있다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있다"면서 "잠수함탄도미사일(SLBM)과 함께 운용할 경우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무수단 미사일을 전략적으로 이용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20일 미국의 핵잠수함 미시시피호의 방한을 비난하는 담화를 통해 "우리 군대는 B-52H 전략폭격기가 이륙하는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와 핵동력 잠수함이 발진하는 해상침략기지들을 포함해 미국의 대조선 침략 및 병참보급 기지들까지 정밀타격권 안에 잡아넣은 지 오래"라고 주장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30~50여 기를 실전 배치한 무수단 미사일과 초기비행시험에 성공한 SLBM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날 오전 5시58분과 8시5분께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2발의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4월부터 모두 여섯 차례 발사한 것이다.

첫 번째는 150여㎞를 비행한 후 공중에서 폭발했으며 두 번째는 400여㎞를 비행해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군 당국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최소 사거리를 500㎞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발사한 다섯 번째 무수단 미사일은 최소 사거리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 150~160㎞를 비행한 후 공중에서 터져 실패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발사된 것은 400여㎞를 비행했다.

사거리가 3천~4천㎞로 추정되는 무수단 미사일이 400여㎞를 비행한 것은 의도적으로 발사 각도를 높였기 때문인 것으로 군 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다섯 차례의 실패를 극복하고 결함을 보완해 성능을 개선한데 성공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추가 발사시 비행 거리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기 때문에 IRBM의 위협이 현실화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무수단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도 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이날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했는지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은 이번에 핵공격 능력을 보여줬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옛소련의 SLBM인 R-27(SS-N-6)을 모방해 개발한 무수단 미사일은 '다이메틸 하이드라진(UDMH)'이라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데 이 연료는 추진력을 높여주도록 질산을 산화제로 사용한다.

이 연료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어서 한번 주입하면 1주일가량은 발사대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사일 1발에 30분이면 연료를 모두 주입할 수 있다.

R-27은 지상에서 발사하는 탄도미사일로 쉽게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로 개조할 경우 탄두부나 동체 크기를 더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결함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공교롭게도 외무성 고위관계자가 중국을 방문하는 시점에 맞춰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유엔의 강력한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중국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시했거나 국제사회의 관심 끌기 차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반민반관'(1.5트랙) 성격의 제26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지난달 31일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