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5시58분께 원산 일대서…소식통 "탄도미사일 최소 사거리에 못 미쳐"
北, 고위 관계자 방중 맞춰 발사…6.25, 최고인민회의 개막일 염두 분석도
北, 4월 15일 이후 2달여 만에 5번 모두 실패…김정은 체면 구겨


북한이 22일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BM-25)' 1발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군 당국은 추정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5시 58분께 북한이 원산 일대에서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최근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하고 예의주시해왔다.

북한이 이날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를 벗어나 수 분간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미사일이 수 분간 비행했으나 탄도미사일로서 최소 사거리에도 못 미쳤다"면서 "탄도미사일은 포물선의 궤적을 그리는 데 이번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로서 정상적인 비행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지난 4월 15일 무수단 미사일을 첫 발사한 이후 지금까지 5차례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무수단 미사일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올들어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5회 발사했으나 모두 실패했다"면서 "이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 행위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고 밝혔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3월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도 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하라'고 지시한 이후 지난 4월 15일 최초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공중 폭발했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도 두 발을 연달아 발사했지만 모두 실패했고, 지난달 31일 4번째 발사 시도 때는 아예 차량에 탑재된 이동식 발사대에서 폭발한 것으로 우리 군 당국은 분석했다.

북한은 이후 발사 실패의 원인을 나름대로 분석, 보완해 다시 발사를 시도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 실패하면서 김정은은 체면을 단단히 구기게 됐다.

이춘근 과학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본적 기술 결함이든, 유지 보수 능력의 문제이든 이 정도 결함이면 1년 정도는 차분히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수단 미사일은 사거리가 3천∼4천㎞로, 주일미군기지를 포함한 일본 전역과 태평양 괌 미군기지까지 사정권에 들어가 유사시 한반도 전개되는 미군 증원전력을 겨냥한 무기로 꼽힌다.

무수단 미사일 발사 성공을 통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을 압박하려던 북한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지난 20일 대변인 담화에서 괌의 미국 공군기지를 정밀타격권 안에 잡아넣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 외무성 고위 관계자의 중국 방문에 맞춰 미사일 발사 시도를 한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 끌기의 일환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반민반관'(1.5트랙) 성격의 제26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 리수용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무수단 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이 이날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나선 것은 6.25 전쟁 발발 66주년과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개막 행사를 염두에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이 러시아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SS-N-6)을 모방해 만들어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입증됐다고 판단한 듯 단 한 차례 시험발사도 없이 지난 2007년 이를 실전 배치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이영재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