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시는 교육 중립·자율성 부정해 위헌"
'여소야대' 교문위, 여야 교과서 기싸움 치열할듯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19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금지하고 검정제로 회귀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4·13 총선으로 거야(巨野)가 된 두 야당이 정부의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고 원점으로 돌리고자 공조를 본격화한 것이다.

법안 발의는 두 야당이 거론해왔지만, 구속력은 없는 국정교과서 폐지 결의안보다 강력한 것이다.

이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담은 정부 고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여서 20대 국회에서 뜨거운 논쟁이 촉발될 전망이다.

두 당이 당론으로 채택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더민주 이찬열 의원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더민주 의원 26명과 국민의당 의원 7명 등 총 33명이 찬성했다.

개정안은 중·고교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나 교육부 장관이 검정한 도서로 지정하게 한 조항에서 국정교과서 부분을 삭제했다.

의원들은 개정안 제안이유에서 국정교과서는 교육의 중립성과 자율성, 학문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헌법 가치를 부정해 위헌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국정화 비밀 TF'를 운영해 반대 단체를 사찰하고, 국회와 상의 없이 정부 예비비를 편찬비용으로 배정하는 등 추진과정 또한 위법적이었다고 주장하며 교육부가 고시를 강행한 후 교과서 집필진을 비공개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교과서는 역사교육을 정치권력에 종속시켜 교육의 정치 중립성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 교육이념인 자율·다양·창의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는 20대 국회 초반 민생현안 청문회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개별 법안에 대한 당론화는 아직 검토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지만 앞으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교과서를 저지한다는 더민주의 입장은 19대에 이어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교과서를 누가 집필하는지도 공개되지 않는 등 모든 게 밀실로 이뤄지는 문제는 6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반드시 따져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걸 당론으로 할지는 의원 총의를 아직 모으지 못한 상황으로, 어떻게 다룰지 의총에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은 즉각 공조하겠다는 반응이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교과서 금지야 이미 더민주와 공조하기로 했지 않느냐"며 "공조 요청이 오면 해야한다.

구두로 같이 하자고 이미 요청해왔고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소속 유성엽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상임위 표 대결을 불사하고라도 국정교과서를 막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 교문위에서부터 여야간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유 위원장은 지난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두고 상임위에서 표 대결이라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끝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표 대결이라도 해서 막아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법안으로까지 내서 막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끝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특단의 대책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는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제출된 개정안은 15일 숙려기간을 거쳐 담당 상임위인 교문위로 넘어간다.

교문위는 새누리당 12석, 더민주 12석, 국민의당 4석과 무소속 강길부 의원 등 총 29석으로 표 대결을 벌인다면 야당이 유리하다.

다만, 안건으로 상정하려면 여야 간사와 협의를 거쳐야 하고, 야당이 공조해도 패스트트랙 요건(전체의원 5분의 3 이상, 교문위는 17.4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박수윤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