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회의 과정·결과에 불만…정진석이 모욕감 줘"
비박계 "金, 표결에도 참석…회의후 모종의 압박 가능성"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칩거 모드'에 들어가면서 향후 거취 결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비대위가 전날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에 대한 일괄 복당을 전격적으로 결정하자 친박(친박근혜)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이후 김 위원장은 "거취 문제를 고민하겠다"고 밝힌 뒤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중차대한 시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비박(비박근혜)계의 요구와 "이런 중요한 문제를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결정했다"는 친박계의 반발 사이에서 취임 보름만에 자신의 거취 문제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선동 비서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어제 거취를 고민하게 된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진행되는 양상에 대해 종합적으로 좌절감을 가진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어제 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다'며 숙고를 강조했고, 이 문제가 무 자르듯 단숨에 해결할 성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은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이렇게 거취 고민까지 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무엇이냐에 쏠려있다.

친박계에서는 일괄복당이라는 결정 자체뿐만 아니라 논의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김 위원장이 복당은 민감한 문제인 만큼 다음주에 추가적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음에도 정진석 원내대표와 권성동 사무총장·김영우 의원 등이 중심이 돼 표결을 강행한 데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정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에게 "다수결을 따르지 않는 건 중대범죄'라는 거친 표현을 사용한 점도 법조인 출신인 김 위원장에게 모욕감을 줬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반면 비박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거취 문제를 고민하는 데에는 친박계와 청와대 측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전날 오전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일괄복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반발 없이 동참한 점으로 미뤄 오히려 회의 이후 '모종의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논리다.

한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했고 무기명 투표에도 참여했으며, 지상욱 대변인이 브리핑할 내용까지 손수 조율했다"며 "위원장 입장에서 불쾌한 부분은 있었을지 몰라도 강압은 절대로 없었다"고 말했다.

또 정 원내대표가 자신의 '중대범죄' 발언에 대해 두차례나 직접 사과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이에 대한 모욕감만으로 거취 고민까지 할 상황은 아니었다는 게 비박계의 지적이다.

일단 김 위원장은 이처럼 각기 다른 상황 판단을 하고 있는 양측의 행보를 지켜보며 거취 문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친박계 의원들이 긴급 의원총회 소집 요구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권성동 사무총장을 비롯한 비대위원들이 '비대위원장 사퇴'라는 파국을 막고자 직접 김 위원장을 찾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영우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새누리당이 모두 포용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며 "김 비대위원장이 역사적으로 막중한 소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