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이 결정한 일, 할말이 없다"는 반응만 되풀이

청와대는 16일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전격적인 결정으로 유승민 의원이 복당한 것에 대해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참모들은 비공식적인 발언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참모는 "당에서 결정한 일로, 청와대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런 무(無)대응 속에는 당혹감과 함께 이번 상황을 바라보는 강한 우려가 녹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사실상 '파문'당한 지 1년이 안 된 시점에 새누리당의 결정이 나왔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개정안 여야 합의처리의 당사자인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일로 '원조 친박'인 유 의원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으며, 지난 4·13 총선에서도 공천이 배제되면서 탈당했다가 이번에 복당하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이 유 의원의 복당 결정과 관련해 사전에 전혀 교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의 당혹감은 더욱 컸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복당 논의에 참여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유 의원 복당 허용에 청와대나 친박(친박근혜)계와의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저도 오늘처럼 빨리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것으로 기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여소야대(與小野大)의 20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당정청간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소통을 강화해 나가려는 시점에 유승민 의원 복당 결정이 내려진 것도 청와대의 우려를 키우는 부분이다.

바람직한 당청 관계에 대한 박 대통령의 생각은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서 이게 실현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책임을 지는 것"(1월 기자회견)인데 당 상황이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다 새누리당의 8·9 전대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당의 원심력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청와대가 구체적 발언은 하지 않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향후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17일로 예정된 고위 당정청 회의가 회의 일정 발표 반나절 만에 돌연 취소된 배경에는 청와대의 이런 기류도 녹아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