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이상 거물급 의원만 8명…위원장이 '위원' 모시는 외통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중량급 인사들로 채워졌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위원들의 선수(選數)와 지명도 면에서 명실상부한 ‘상원’으로 불릴 만하다. 인기 상임위원회에 지역구 초·재선 의원을 배치하고 외통위에는 본인 희망과 관계없이 다선 의원을 보내다 보니 관련 분야 전문가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에서는 현역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6선),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4선)이 외통위에 배치됐다. 또 원내대표를 지낸 원유철 의원(5선),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5선),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4선), 윤상현 의원(3선)도 이름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외통위원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국회 부의장을 지낸 6선의 문희상·이석현 의원과 5선의 박병석 의원,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의원(5선)이 포진했다. 이들은 모두 20대 국회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도전했던 인사다. 최고위원 출신 이인영 의원(3선), 4선 중진인 강창일·설훈 의원도 합류했다. 국민의당에서는 박주선 국회부의장(4선)이 외통위원이 됐다.

외통위원 22명의 선수 평균은 3.9선이다. 20대 국회 5선 이상 의원 17명 가운데 8명, 6선 이상 7명 중 4명이 외통위 소속이다.

외통위에 거물급 중진이 많은 것은 국토교통위원회를 비롯해 지역구 민원 해결에 유리한 상임위에 초·재선을 우선으로 보내는 관례 때문이다.

야당의 한 외통위원은 “외교 안보 통일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외통위는 과거에도 대선주자를 비롯해 중진이 주로 배치됐다”며 “이번에도 관례대로 하다 보니 3선의 위원장(심재권 더민주 의원)이 위원들을 ‘모시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당에서 일방적으로 배치하는 데 따른 비판도 제기된다. 제대로 된 외교·통일 전문가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언론시민단체 출신인 정의당 비례대표 추혜선 의원은 자신의 의사(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와 무관하게 외통위에 배정받았다며 국회 본청에서 1인 시위를 했다.

경제 전문가 케이스(비례대표)로 영입돼 기획재정위 등 경제상임위를 희망했으나 전공(경제학 박사)과 무관한 외통위로 배정받아 논란이 됐던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은 뒤늦게 정무위로 재배치됐다. 대신 정무위로 갔던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이 외통위로 재배정받았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