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압박에 갈등증폭 우려…"기존 원칙에서 변한게 없다"

"극도로 조심스럽고 민감하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문제를 놓고 청와대의 한 참모가 15일 내놓은 반응이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등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문제를 놓고 영남지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냉가슴 앓듯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는 24일 이전에 신공항 입지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신공항 문제는 청와대 내에선 '금기어'로 통하는 분위기다.

여권의 텃밭인 영남지역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인 데다 부산과 대구가 갈등의 최전선에 있는 터라 청와대 관계자들은 '불개입' 원칙에 따라 최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신공항은 경제 논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고, 여기에는 어떠한 정치적 고려나 정무적인 판단도 개입시키지 않는다는 게 청와대의 원칙적인 입장이다.

정부가 다음 주로 예정된 신공항 발표 때 배점과 가중치 등 구체적인 선정 방식과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한다고 일찌감치 방침을 정한 것도 정치논리를 배제하기 위해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기존 원칙과 계획에서 변한 게 없다.

선정방식을 공개하지 않고 깜깜이로 발표하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9월 신공항 항공수요조사 연구용역 결과 발표 이후 국무회의에서 신공항 입지선정에 대한 대강의 원칙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지자체 간 평가기준에 대한 합의를 먼저 이루고, 결과를 수용한다는 원칙이 견지되도록 해주기 바란다"며 "관계부처, 지자체, 전문가 그룹 등을 중심으로 경제논리 하에 논의를 추진해 나가서 국책사업 갈등방지의 선례가 되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제 논리에 따른 논의 및 결과 수용 등이 현재 신공항 문제를 접하는 정부의 기본 골격이지만, 입지 발표 시기가 가까워지면서 부산과 대구를 비롯해 정치권은 여러 경로로 지역 여론을 전달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는 더욱 곤혹스러워하면서 극도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정연국 대변인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공항 문제를 묻는 말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한 참모는 "신공항 입지발표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는데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도 않고 전혀 알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신공항 입지발표 이후의 '후폭풍'을 우려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입지 결과 발표에 따라 텃밭 표심이 양분될 수 있고, 향후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 가덕도로 신공항 유치에 실패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힌 점도 고민거리다.

4·13 총선 당시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5명이 배출되는 등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이 확인된 만큼 혹여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야권에 부산시장을 넘겨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지역정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