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15 정비 메뉴얼·무인정찰기 외형설계도 등 대부분 공개된 자료"

북한이 우리나라 일부 방산업체에서 국방 관련 자료를 해킹한 것으로 드러나 유출된 자료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3일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발표에 따르면 북한에 유출된 문서 4만2천608건 가운데 군 통신망 관련 자료와 미국 F-15 전투기 날개 설계도면, 중고도 무인정찰기 부품 사진, 각종 연구개발(R&D) 문건 등 방위산업 관련 자료가 다수 포함됐다.

전투기와 중고도 무인정찰기 관련 자료는 대한항공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미군이 운용하는 F-15 전투기의 날개 부분을 주로 조립해 납품하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에는 날개 설계도면이 포함됐다고 한다.

미국은 엔진이나 항법장비 등 핵심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부품 정비를 동맹에 맡기고 있다.

전투기의 '액세서리 부품' 정도를 맡기는 방식으로 기술을 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군기무사령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해킹한 국방 관련 자료는 기밀에 해당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부분 공개되어 있거나 누구나 볼 수 있는 수준의 자료"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북한이 빼간 미군 F-15 전투기 날개 설계도의 경우 길이와 넓이 등 외형적인 제원 정도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넘어간 F-15 자료는 우리 공군이 운영 중인 F-15K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F-15 정비 메뉴얼 사진과 정비와 관련된 자료도 유출됐으나 기밀 수준은 아니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고도 무인정찰기는 대한항공에서 앞으로 육군 군단급 부대에서 운용하도록 개발 중인 차기정찰기이다.

현재 운용 중인 사단급 정찰용인 '송골매'보다 개량되는 기종이다.

경찰과 군 당국은 중고도 무인정찰기의 소개자료와 외형설계도 정도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핵심자료인 내부 설계도가 유출됐다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지만, 이 자료는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민감한 군사자료는 모두 암호를 걸어놨다"면서 "이 암호는 쉽게 풀 수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군 통신망 자료 유출과 관련해서는 국방광대역통합망의 유지 보수를 맡은 한 업체에서 입찰제안서가 유출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유출된 국방 관련 자료 가운데 기밀 수준은 없다고 해도 방산 및 국방사업 관련 기업체의 보안 기강 해이 수준은 심각하다는 것이 군 안팎의 지적이다.

북한이 수차례 우리 정부와 관공서, 언론사, 금융 전산망 등의 해킹을 시도했고, 방산업체를 겨냥하고 있다는 징후가 감지됐음에도 집안 단속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군은 인터넷과 내부 전산망을 분리 운용하고 있어 북한 해커들이 내부 전산망으로 침투할 수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산업체와 국방사업 관련 기업들이 방산업무와 관련한 전산망을 분리해 운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산·보안담당 업무를 맡은 국군기무사는 앞으로 방산업체와 군납 업체의 보안측정 수준을 강화하고 위반시 벌칙도 강하게 부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