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정세균 국회의장이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회의를 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해 당을 추스른 ‘덕장형’ 정치인으로 통한다. 국회 예결위원장을 거쳐 원내대표와 당 대표, 산업자원부 장관 등 당내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 수장 자리까지 꿰찬 그에게 “대통령 빼고 다 해본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정 의장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총선 공천에서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대거 컷오프(공천 탈락)된 데다 여권 대선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도전으로 자신조차 당선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총선에서 초반 열세를 뒤집고 보란 듯이 6선 고지에 올랐다. 4명이 후보로 나선 당내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선 그의 존재감이 유감없이 드러났다. 전체 121표 중 58.6%에 해당하는 71표를 얻어 완승을 거둔 것이다.

국회의장 된 더민주 정세균 "20대 국회, 무너진 국민신뢰 회복이 급선무"
정 의장은 9일 본회의 당선 인사를 통해 “20대 총선 민심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다당체제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20대 국회는 정치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무너진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가 그동안 갈등 ‘조정자’가 아니라 ‘조장자’란 질타를 받아왔다”며 “국민 각계각층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공통분모를 찾아내 국민 의사를 결집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또 “현재 직면한 조선 해운산업 상황 등 구조적 위기에 국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며 “20대 국회가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정 의장은 15대부터 18대까지 전북 무주·진안·장수·임실 지역구에서 내리 4선을 했고, 19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로 지역구를 옮긴 뒤 내리 당선됐다. 전북 진안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정 의장은 전주공고에서 전주 신흥고로 전학한 뒤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다. 고대 재학 시절 총학생회장 등으로 활약하면서 유신체제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대학 졸업 후 1978년 쌍용그룹에 입사해 상무이사 자리까지 승승장구하다가 1995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의 눈에 띄어 정계에 입문했다. 20년 정치 이력은 화려하다. 2004년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필두로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당 의장, 2006년 산자부 장관, 2007년 열린우리당 의장, 2008년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2명이 모두 호남 출신으로 이는 헌정 사상 처음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