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비박' 용어부터 쓰지말자"…계파청산 팔 걷어붙여
친박, 한때 "鄭의 쿠데타" 몰아세워…당청 관계 재설정도 주목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오는 2일로 취임한지 한 달째를 맞는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번 총선에서 재기에 성공한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3일 원외(院外) 4선 당선인 신분으로 당내 경선에 출마, 3자 대결 구도에서 완승했다.

집권 여당의 원내사령탑을 맡았지만, 당 지도부 공백상태에서 정 원내대표는 20대 총선 참패로 휘청대는 당의 수습책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은 채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초반에는 원내대표단 인선이 특정 계파에 쏠렸다는 비판에 직면하는가 하면 혁신위원장 영입에도 애를 먹으면서 '불면의 밤'을 보냈다.

특히 자신이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면서 비대위원 및 혁신위원장에 강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배치한 게 친박(친박근혜)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위기를 맞았다.

비대위·혁신위 출범을 위해 지난달 17일 소집된 전국위원회 및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은 것이다.

당시 친박계에선 자신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선출된 정 원내대표가 "쿠데타를 일으켰다"며 최악의 경우 원내대표직 사퇴까지 종용하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정 원내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4일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과 만나 외부 인사 비대위원장 영입과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전환에 의견을 모으면서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어 김희옥 전 공직자윤리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영입하면서 비대위 체제를 안착시키는 등 지도부 공백 상태이던 당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원내대표는 취임 이후 입버릇처럼 '계파 청산'을 외쳤다.

스스로 당내 어느 계파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현직 대통령의 성(姓)을 딴 '친박·비박'이라는 용어부터 없애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비박의 구태의연한 대립 구도를 해소하지 않고선 지상 과제인 정권 재창출은 언감생심이라는 상황 인식에서다.

한 관계자는 1일 "친박·비박 타령만 하다가 정권을 빼앗기고 우리 당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박근혜·이명박)이 청문회에 불려나오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정 원내대표의 확고한 의지"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 같은 차원에서 비대위 체제 아래 치러질 전당대회가 '혁신 전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만 주류인 친박계의 영향력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의 계파 청산론은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셈인 만큼, 그에 따른 반발을 다독이는 게 정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시험하는 과제로 남았다.

누구보다 '협치(協治)' 정신을 강조하는 정 원내대표가 여소야대 3당 구도에서 20대 국회의 원(院) 구성의 타협점을 원만하게 도출해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박근혜 정부가 임기 말에 들어선 시점에서 당·청 관계의 재설정 역시 주목된다.

정 원내대표는 '님을 위한 행진곡'의 5·18 기념곡 지정과 관련해 청와대와 다른 견해를 밝힌 바 있지만, '상시 청문회'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금기로 여길 수 없는 권리"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사안별로 색깔을 달리하며 자신의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