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이례적 '구두친서' 발송, 시진핑은 '리수용 접견'으로 성의 표시
양당 교류 재개 가능성…소식통 '관계개선 모멘텀' 제한적 관측
中, '북한 통제 능력' 과시…내주초 미중전략대화도 겨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격인 리수용 당중앙 부위원장과 회동함에 따라 꽁꽁 얼어붙은 북중 관계가 또 한 번 '기로'에 섰다.

양측은 이번 접촉에서 이구동성으로 '관계복원'을 강조해 수년간 중단되다시피 해온 고위급 교류와 삐걱거려온 경제협력 등이 정상화 쪽으로 유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북중 관계를 얼어붙게 한 핵심 쟁점인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전을 보였다는 신호가 전혀 포착되지 않고 있어 전반적인 북중관계가 상승기류를 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관측이 만만치 않다.

김 위원장은 이번 북중 접촉을 계기로 적극적인 관계복원 신호를 발신했다.

정권의 핵심실세이자 자신의 '후견인'으로 불려온 리 부위원장을 보낸 것 자체가 성의 표시로 해석된다.

시 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보내 "북중 간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강화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국제사회의 전방위적인 대북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북한의 숨통을 조이는 중국에 이런 러브콜을 보낸 것은 결국 북중 관계 복원 없이는 현재의 절박한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를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난 4월 중국의 대북 수입규모는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급감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 주석도 김 위원장의 이런 관계복원 메시지에 일단 호응을 보냈다.

그가 북한 고위급 인사와 면담한 것은 2013년 5월 김 위원장의 특사로 방중한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시 주석은 이날 리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중국은 북중·우호협력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북한과 함께 노력해 북중 관계를 수호하고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중 최고 지도자가 이구동성으로 '관계복원'을 외침에 따라 앞으로 당대 당 교류를 중심으로 한 인적왕래 등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측의 고위급 교류는 2013년 초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과 대표적 친중파로 꼽혀온 장성택에 대한 처형으로 사실상 끊긴 상황이다.

중국의 권력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해 10월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돌 기념식을 계기로 방북해 관계개선의 실마리가 보이는듯했지만,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으로 오히려 더욱 얼어붙었다.

리 부위원장은 이번 노동당 대회에서 결정된 '국가경제개발 5개년 전략' 등을 설명하며 중국의 경제적 협력과 지원도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이 공개한 시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회담 내용만 놓고 볼 때 북중 관계 개선의 모멘텀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중관계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은 "2012년 4월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과 만났을 때에는 '고위급 교류'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찾아볼 수 없다"며 "아예 이야기가 없었던 건지 아니면 발표를 생략한 건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중이 이번 접촉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여부다.

이 문제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면, 중국의 강경한 대북제재 방침이 누그러지거나 김 위원장의 방중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베이징 관측통은 리 부위원장이 최근까지도 외무상을 지냈고 사실상 김 위원장의 친서까지 들고온 특사에 준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핵 문제에 대해 북한의 솔직한 입장을 시 주석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본다.

북한 매체는 리 부위원장이 전날 열린 쑹타오(宋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만남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항구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점으로 미뤄 시 주석에게도 핵개발의 불가피성을 부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리 부위원장이 6자회담과 같은 북핵대화의 틀에 복귀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도 발신하고 중국의 반응을 타진했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고 이들 소식통들은 추정했다.

반면, 강력한 '북핵불용' 입장을 견지해온 시 주석은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면서 관련 국가들의 '냉정과 자제 유지',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정'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의 '핵-경제' 병진 노선을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대북소식통은 이번 북중 간 접촉 분위기는 북핵 문제 때문에 그다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북한 대표단 접견은 '미국 견제'라는 또 하나의 포석도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싸고 중국과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북핵 위협을 지렛대로 동북아시아에 대한 군사적 압력도 가중하고 있다고 파단하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을 중국 혼자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무부 브리핑에서 다음 주로 예정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대해 설명하며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연합뉴스) 홍제성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