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사 자격 방중한 듯…"북중관계 개선으로 제재국면 타개 속셈"
김정은 방중 문제 논의 가능성…6월 초 미중경제대화도 염두에 둔 듯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올해 1월 4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한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인사를 중국에 보내면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방중한 리수용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북한 내부 권력 서열에서 차지하는 위치나 최근 북중간에 오가는 메시지를 고려할 때 '간단치 않은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리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스위스 유학 시절 후견인 역할을 맡았던 최측근으로서 현재 북한의 '외교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노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강석주 전 국제담당 당비서의 뒤를 이어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직(과거 당비서에 해당)을 맡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이달 20일 사망한 강 전 당비서의 장례위원 명단에서는 그가 권력서열 6위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그가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리 부위원장으로서도 당대회 이후 첫 '데뷔' 무대를 이번에 갖는 셈이다.

여기에 북한의 이런 행보가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지난 9일 김정은에게 노동당 위원장 추대에 대한 축전을 보낸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로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급격히 냉각된 북중관계가 점차 회복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김 위원장이 우리 상무팀에 해당하는 소백수 남자 농구팀과 중국 올림픽 남자 농구팀 간 친선경기를 관람하고 북중간 '친선'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의 고위급 인사 방중이기도 하다.

즉 3년만에 김 위원장이 중국 관련 외부 활동에 나선데 이어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외교라인' 최고위 인사가 중국으로 향한 것이다.

리 부위원장의 방중은 당대회 결과를 중국에 설명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대북 제재로 고립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국과의 본격적인 관계개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영철이 쿠바에, 김영남이 적도기니에 간 것처럼 리수용이 당대회 결과를 중국 측에 설명하면서 북중관계 복원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도 "시진핑의 축전이나 김정은의 농구경기 관람은 상당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북중관계 개선을 통해 고립된 현재 국면을 타개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특히 "리수용이 6자회담 재개 등을 놓고 중국과 교섭을 하기 위해 방문한 것일 수 있다.

북중간 분위기가 조성되면 중국이 미국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 정부도 더 적극적, 능동적인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리 부위원장의 방문이 김 위원장의 방중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양 교수는 "리수용이 김정은의 친서를 갖고 방중했을 수도 있다"며 "그렇다면 북중관계를 발전시키면서 분위기를 조성해 미국 대선 이전 김정은 방중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6~7일 베이징에서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갖는 만큼 리 부위원장의 방문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이 결과가 미중간에 다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우리 외교부는 이날 리 부위원장 방중 보도와 관련해 "중국과 북한관계에 관련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자로서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긴밀한 의사소통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