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실태에 대한 별도의 특정감사에 나섰다.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들에 거액의 여신이 투입된 정황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감사원은 금감원과 산은, 수은,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6개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업금융 실태 감사를 위한 예비감사에 착수했다. 다음달 초부터 본감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지난해 하반기 산은과 수은,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자회사 관리 실태에 대한 특정감사도 벌여 다음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감사원의 자회사 감사는 산은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이 밝혀진 직후다.

감사원이 또다시 특정감사를 시작하자 국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들은 크게 긴장하고 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6개월 만에 두 차례에 걸쳐 특정감사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결과가 나올 예정인 자회사 관리 실태 특정감사에서 감사원은 산은에 대우조선 경영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이 기업금융 실태 감사에 나선 것은 정부와 한국은행이 산은과 수은에 자본을 확충해줘야 할 정도로 국책은행의 기업금융 부실이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산은과 수은이 부실 조선·해운사에 물린 여신(지급보증 포함)은 22조여원에 달한다. 특히 대우조선, 성동조선, STX조선 등에 대한 대규모 지원이 국책은행 건전성 악화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감사원은 이번에 국책은행뿐 아니라 금감원에 대해서도 감사를 벌이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이 은행권에 부실기업에 대한 지원 압력을 넣은 것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채권단이 일부 부실기업에 대해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주장했음에도 금융당국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국책은행 등이 조선·해운업종에 대규모 여신을 제공한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 심사를 제대로 했는지, 이 과정에서 외부 압력은 없었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또 부실 대기업에 여신이 몰리면서 성장성이 높은 중소기업 지원은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등도 감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