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은 고춧가루 안 쓴 종가 전통음식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9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오찬을 하며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정치적인 발언은 거의 하지 않았다"며 "반 총장이 의도적으로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충효당(서애 류성룡 선생 고택)에서 김관용 도지사 내외, 권영세 안동시장, 류상붕 풍산류씨 양진당 대종손, 류창해 충효당 종손,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 등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반 총장은 식사 전 하회마을 방문 기회를 준 김관용 도지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고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등과 과거 공직생활을 같이 한 인연과 관련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하회마을 방문과 관련해 "반 총장이 유엔 산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에 예전부터 오고 싶었다.

환대에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류씨 문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음식으로 오찬을 했고, 문중에서 직접 빚은 '가양주'로 건배를 했다.

오찬 상에 오른 음식은 너비아니구이, 수란, 전복구이, 문어회, 고추찜, 각색찌짐, 보푸림(대구포를 사용한 요리), 탕평채, 청포김치, 백김치 등이다.

안동지역 큰 문중에서 귀한 손님을 맞을 때 내놓는 종가집 전통음식으로 대부분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다.

안동에 사는 한 시민은 이 음식은 안동 고유의 유교 사상과 양반의 기개를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반 총장의 건승을 위하자는 건배사를 했고, 반 총장은 "서애 선생의 조국 사랑을 이어가자"는 방명록에 남긴 글과 비슷한 답사를 했다.

오찬 도중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반 총장에게 "새마을운동 세계화와 문화융성 등에 관심을 가져달라. 경북도가 개최하는 세계문화엑스포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즉석에서 "여기까지 왔으니 가까운 경북도청을 방문해달라"고 부탁하자 반 총장이 이를 받아들였다.

반 총장은 하회마을에서 탈춤 공연을 관람한 뒤 애초 일정에 없던 경북도청 신청사를 찾아 기념식수했다.

오찬에 참석한 권영세 안동시장은 "식사 자리에 수십명이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질 말을 할 리가 없지 않겠느냐"며 오찬장 분위기를 전했다.

풍산 류씨 문중에서는 반 총장에게 서애 선생의 시를 선물로, 안동시도 퇴계 선생 성학10도를 설명한 액자, 천연염색 스카프 등을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