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장, 싱크탱크 출범…제3지대 '정치실험' 성공할까
'새한국의 비전' 토대로 '중도세력 빅텐트' 모색할듯
與비박계·野 안철수 손학규 연대시 영향력 커질수도
참여 기대 세력들 '선긋기'…당장 홀로서기가 과제


정의화 국회의장이 26일 오후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새한국의 비전' 출범식을 갖고 '제2의 정치활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의장이 최근 "중도세력의 빅텐트를 펼치겠다"고 언급해 당장은 싱크탱크로 출발하지만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것이 '플랫폼'이 돼 신당 창당으로까지 연결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새한국의 비전을 정 의장의 제3지대 '정치실험'의 기반으로 보는 까닭도 이런 맥락에서다.

퇴임 후 싱크탱크의 연구원장을 맡기로 한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학술적인 싱크탱크가 아니라 정책과 전략을 연구하는 싱크탱크가 될 것"이라며 "차기 대선에서 새로운 정권이 탄생할 텐데 이 정권의 중요한 개혁 의제는 무엇이고 시행 방안은 어떤 게 있는지를 연구할 것"이라 설명했다.

향후 전개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감당하겠다고도 했다.

박 사무총장은 "싱크탱크가 바로 정당으로 가지는 않겠지만 플랫폼으로서 일정 부분의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러 분들과 힘을 합쳐서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갖는 정치세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싱크탱크 발기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 의장이 전날 퇴임 기자회견에서 향후 자신의 정치행보 구상으로 밝힌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 텐트론'이나 '새로운 정치 질서를 끌어내는 마중물'이라는 발언과 맥이 통한다.

120여명 발기인에는 새누리당 비주류 중진이자 원조 소장파격인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의 일원인 정병국 의원과 또 다른 비주류 중진 정두언 의원, 최근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으로 내정됐다가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사퇴한 김용태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 '합리적 보수' 기치를 들었던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유승민 의원의 측근으로 꼽히는 무소속 조해진·권은희·류성걸 의원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야권에서는 지난 20대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진영 의원과 더민주 우윤근 의원,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이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문직을 맡을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뉴라이트 운동의 브레인 역할을 해온 인물이고, 또 다른 고문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현재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장관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도 고문단에 포함됐다.

정치권에서는 대권도전설까지 나도는 정 의장의 이 같은 정치적 포석이 향후 개헌 논의나 대선 과정의 정계개편과 맞물릴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중도노선으로의 지지기반 확대를 도모하는 국민의당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나 정계복귀설이 나도는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등과의 연대가능성이 회자되기도 한다.

다만 정 의장이 '입법부 수장'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순수하게 '정치인 정의화'로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장이 나름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인물이지만 대권후보로 꼽힐 만큼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조직·지역적 기반을 가진 것은 아니라 당장 홀로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다만 "향후 개헌을 통해 정계개편이 진행된다면 정 의장의 정치적 결사체가 새누리당 및 더민주의 비주류 세력과 결합해 새로운 정치세력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처럼 새한국의 비전이 향후 정계개편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할 수 있으려면 여야의 무게감 있는 인물들과의 추가 연합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그동안 정 의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졌던 인물들은 아직까지는 정 의장과의 동행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은 통화에서 "지난 2월에 정 의장이 연락이 와서 밥을 먹으며 큰 꿈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싱크탱크 얘기는 그때 나오지 않았다"며 "싱크탱크 합류를 제안받은 적도 없고 나도 지금 당장 그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본회의 직후 정 의장과 약 15분간 독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던 유승민 의원 측도 통화에서 "당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만한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이정현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