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국조실장 "개정 국회법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
여당 원내대표 이어 정부서 국회법 문제점 지적…여론몰이 나서나


이석준 국무조정실장은 23일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굉장히 (정부) 업무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된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잠정적으로 검토해본 결과 좀 굉장히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려 이유와 관련, "그동안 중요 안건 심사, 국정조사, 국정감사의 경우에 청문회를 할 수 있었는데 (이번 국회법 개정으로) 소관 현안의 조사가 추가됐다"면서 "소관이라는 것이 뭐냐면 상임위 소관이고 상임위 소관은 전 정부 부처를 포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모든 국정 전반에 대해서 청문회를 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소관 현안을 조사해 청문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청문회 수준이 국정의 중요안건에 대한 심사, 국정조사, 국정감사에 준하는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회법 규정에 따르면 청문회는 국회 증언과 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서 하게 돼 있다"면서 "이렇게 (청문회가) 격상되는 것은 굉장히 정부한테 큰 영향을 주게 돼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나 현안에 대해 상임위에서 원하면 언제든지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고 그게 일반적 상임위 의결에 따라 소위(小委)로도 할 수 있기에 공무원이 일하는데 앞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증언·감정에 대한 법률을 적용하기 때문에 공무원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풍토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걱정한다"면서 "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도 많이 관련됐고 기업인을 포함해 일반 민간인도 많이 관여돼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굉장히 우려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로서는 앞으로 청문회 준비 관련 자료제출 문제, 증인·참고인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 부분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정부 내 국회법 개정안 처리 방향과 관련, "내부 검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말하기 이르다"고,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권한으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각각 말했다.

또 정부가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재(再)개정안을 발의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는 "국회법이기 때문에 가타부타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으며 위헌 심판 신청에 대한 물음에는 "국조실 차원에서는 검토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에 상정되느냐는 질문에는 "(시간이) 촉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따른 청문회를 정책 청문회로 운영하겠다는 야당의 입장에 대해선 "그것은 운영의 문제이고 제가 말하는 것은 제도의 문제다.

제도 신설이기 때문에 다르게 봐야 한다"며 "운영을 잘하고 못하고는 부차적 문제"라고 밝혔다.

이밖에 그는 "국회 운영에 관한 법률이기 때문에 많은 공무원이 (통과되기 전에) 잘 인지를 못 했을 것"이라면서 "본회의에 계류 중이었는데 통과되리라고 생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의 이날 간담회는 애초 일정에 없던 것으로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이송에 맞춰 진행된 것이다.

특히 이날 정부의 국회법 비판은 "거부권 행사 자체를 금기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여권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관심인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 이 실장은 "상시 청문회는 정부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solec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