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임위에 수북이 쌓인 법안들 > 19대 국회가 경제활성화법을 비롯한 1만건에 가까운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사실상 막을 내렸다.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9일 국회 한 상임위원회에 법안 관련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 상임위에 수북이 쌓인 법안들 > 19대 국회가 경제활성화법을 비롯한 1만건에 가까운 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채 사실상 막을 내렸다. 19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법안은 자동폐기된다. 마지막 본회의가 열린 19일 국회 한 상임위원회에 법안 관련 자료가 수북이 쌓여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이 국회에 처음 제출된 것은 18대 국회 때인 2011년 12월30일이다. 여야 간 이견으로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자동폐기됐다. 이명박 정부는 19대 국회 출범 약 두 달 뒤인 2012년 7월20일 이 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박근혜 정부도 서비스산업 육성으로 내수기반을 확충하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법안이라며 줄기차게 처리를 촉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는 의료영리법안 논란으로 제출된 지 46개월 동안 법안을 단 한 차례만 심사했을 뿐 손을 놓다시피 했다. 결국 19대 국회에서도 처리가 안돼 20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막 내린 19대 국회] 서비스발전법 제출 뒤 46개월간 기재위 심사는 '딱 한번'뿐
이 법안은 범(汎)정부 차원에서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관련 정책을 협의하기 위한 취지로 정부가 5년마다 중·장기 정책목표를 정하도록 했다.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산업 특성을 반영한 연구개발(R&D)을 유도하고 재정 및 금융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있다.

법안은 총 27조로 구성돼 있다. 여야 협상은 1~5조에서 막혔다. 1~5조는 법안의 적용 대상에 관한 것이다. 기재위는 2012년 9월12일 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해 토론한 뒤 본격 심사를 위해 경제재정소위로 넘겼다. 소위는 회부된 지 2년이 지난 2014년 11월14일 법안을 상정했다.

속기록을 살펴보면 소위는 15차례 이 법안을 축조심사 대상에 올렸지만 제대로 된 심사는 회부된 지 3년이 지난 2015년 11월9일에 이뤄졌다.

여야는 법안의 기본 취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이 법으로 의료를 영리화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며 “적용 대상에서 보건 의료 분야 제외를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의료 공공성을 지킨다는 내용을 명시할 수 있지만 보건 의료 부문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맞섰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은 “서비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의료와 금융 부문이다. 만약 금융 의료 등이 없다면 법안 제정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라며 “R&D 자금과 인력 양성 지원은 (이 법을 통해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법안 어디에 봐도 의료민영화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이 법의 핵심은 세제와 R&D, 창업, 인력, 기술 지원 등(을 통한)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야당 주장을 반박했다.

소위원회는 결론 없이 끝났고 올해 1월8일 회의에서 이 법안이 다시 한번 거론됐지만 본격 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는 절충을 시도했다. 야당이 보건 의료 제외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여권은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기준을 ‘보건 의료의 공공성과 관련되는 분야’라고 규정하고, 구체적인 분야는 대통령령으로 정하겠다는 수정안을 내놨다. 야당은 시행령에 의료민영화를 끼워넣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수정안을 거부했다. 소위원회 회의는 1월8일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 법안 심사가 지지부진한 것은 기재위가 당 지도부 결정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상임위 차원의 면밀한 심사를 벌여 여야 간 이견을 좁히는 방향으로 가야 함에도 지도부만 쳐다보면서 상임위 본연의 기능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은 20대 국회에서 법안을 다시 제출할 방침이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