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희상 의원 "영국처럼 365일 문 여는 국회로 개혁…일 하느라 싸울 시간 없게 만들어야"
문희상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8일 “국회가 일하느라 싸움할 시간이 없을 정도가 되도록 개혁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전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국회의장이 된다면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정치에 전력하는 생산적인 국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4·13 총선(경기 의정부갑)에서 당선돼 6선 고지에 오른 문 전 위원장은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다만 “국회 원 구성에 대한 3당 합의가 끝나지 않아 출마의 변을 밝히는 것은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그러면서 “의장 자리가 야당으로 돌아오면 경선에 나설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문 전 위원장은 국회의장이 되면 국회 권위부터 되찾겠다고 했다. 그는 “3권 분립 체제에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도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 괄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품격 있는 국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더민주가) 제1 야당으로서 책임감이 무거워졌다”며 “예전에는 딴죽만 걸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했지만 지금은 안된다. 대안을 내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와 대통령에게 괄시받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국민에게 무시당하는 것”이라며 “국회의원이 전문성과 실력을 쌓아야 정부도 국회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 영국처럼 365일 상시적으로 국회를 열어야 하고 상임위원회별 소위원회를 10개 이상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20대 국회 개원 직후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위원장은 최근 초선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정치가로서의 길을 갈지, 정객·정상배로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대로 서생적인 문제의식과 현실적인 상인 감각을 균형 있게 가져야 정치가”라며 “잇속이나 챙기고 다음 선거나 생각하면 정객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대표로 있을 때 만든 선출직공직자 평가에서 ‘하위 20%’에 해당돼 총선 공천에서 배제된 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구제받았다. 그는 “입법·정당 활동 모두 1등을 했고, 비대위원장도 두 번 맡아 당을 살려냈다”며 “나이가 많으니까 의도적, 상징적으로 잘랐을 것이다. 문 전 대표가 그랬는지, 그 주변이 했는지 모르지만 완벽하게 잘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노(친노무현)로 분류되는 데 대해선 “1980년 ‘서울의 봄’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고, 그 이후 마음속에 단 하루라도 그분에게서 벗어난 적 없다”며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에 있던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었다고 해서 친노가 아니다. 나에게 계보가 있다면 오직 ‘김대중계’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 전 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

또 “친노, 비노 구분법이 마땅찮다”며 “친박·비박, 친노·비노가 다 있어도 좋은데, 자기들끼리 당직을 나눠 먹고 공천을 자기 파로만 하는 등 전횡을 하는 패권주의, 이기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이 제대로 협치(協治)를 하려면 자기가 한 말에 대한 약속을 지켜야 하고 소통부터 해야 한다”며 “국회 상임위에서 (정부 추진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이 있으면 청와대로 불러 ‘이건 이런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고 노력하면 안될 것이 없다”고 했다. 이어 “국회선진화법이 문제라고 하는데 법 자체를 탓할 게 아니다”며 “소통하고 토론하고 타협해 결론을 내리라는 게 이 법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회의원 세비 30% 삭감 등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안 하느니보다 못하다”며 “보좌진 줄이기 등 손 봐야 할 국회의원 특권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대표에 대해선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선 선거대책위원장 등 얼마든지 역할이 있다. 그러다가 대선후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선주자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라며 “인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 어느 날 갑자기(김 대표의 지지율이) 뛰고 그러면 문 전 대표가 후보로 나갈 수 있겠나. 변수가 얼마나 많나. 누가 대선후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홍영식 선임기자/김기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