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정치가 뭐길래] “더 이상 핫바지 아니다”…목소리 높이는 충청 정치인
“캐스팅 보트는 옛말, 더 이상 핫바지 아니다”

충청권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이제 남을 도와주는 조연이 아닌 주연을 하겠다는 뜻이다. 두 가지 정치 지형이 이들이 주연을 하겠다는 배경이다. 우선 충청 지역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명실상부한 중원(中原)으로 부상했다. 또 대선주자급 인물들이 부각되고 있다. 내년 대선도 결국 중원 싸움에서 결판이 날 것이라는 게 정치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충청 잡는자가 대선 승리’ 공식

역대 선거에서 충청 표심을 잡지 않고선 선거 승리를 하지 못했다. 충청은 유력 대선 주자의 연정 또는 협력 파트너였다. 영남과 호남, 보수와 진보가 팽팽하게 맞서는 선거 구도에서 충청은 당락의 열쇠를 쥐었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리는 이른바 ‘DJP 연합’을 통해 저력을 발휘했다. 김 전 대통령은 39만표 차이로 이회창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충청권에서 김 전 대통령이 이 후보와 벌인 표차는 40만8000표. 김 전 대통령이 충청권 지지가 없었다면 당선이 어려웠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57만표로 이회창 후보를 제쳤다. 이 득표 차이 가운데 충청권 비중이 25만표에 달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100여만표 차이로 눌렀는데, 3분의 1인 30여만표가 충청에서 만들어졌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충청은 여야 어느 당에 일방적으로 표를 몰아주지 않았다. 충청 지역의 제1당은 선거때마다 달랐다. 13대 총선에선 신민주공화당이, 14대는 민자당, 15대와 16대는 자민련, 17대는 열린우리당, 18대는 자유선진당, 19대와 20대는 새누리당이 1당이었다.

◆위상 달라진 충청표

충청은 그동안 선거에서 조연 역할에 머물면서 주연은 못했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는게 충청권 정치인들의 반응이다. 무엇보다 인구수가 호남보다 많아졌다. 이제 정치 구도가 영·호남이 아니라 영·충청·호남이 됐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연에서 벗어나 독자세력화를 꾀할 충분한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말 기준으로 대전과 세종, 충남북 인구는 544만2134명. 호남권(광주·전남북)의 532만1650명 보다 12만484명이 더 많다. 정부부처의 세종시 이전과 기업 유치 등으로 충청권 인구 유입은 다른 지방보다 더 활발할 것으로 예상돼 정치적 위상은 더 높아질 것이라는게 이 지역 정치인들이 주장이다. 충남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14년 100조원을 돌파했다. 경기도와 서울시에 이어 3위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11%에서 13%로 늘었다. 영남과 호남이 줄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젠 정치적 중원 역할 할 것”

충청권은 김종필 전 총리 이후 이렇다 할 대선 주자를 갖지 못했다. 내년 대선은 다르다. 반기문 UN사무총장이 충청권 대망론의 진원지 역할을 하고 있다. 여권에선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 등이 잠룡으로 꼽힌다. 정 의원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충청을 중심으로 한 중부권의 새로운 인물이 영호남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사회 통합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엔 충청권 사람들이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 ‘냅둬유 누군가 되겠지유’ 했는데 요즘엔 ‘우리도 한번 해야지유’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했다(한국경제신문 5월16일자 A6면 참조).

야권 대선 주자로는 정운찬 전 총리,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꼽힌다.

최근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충청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하는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원종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은 충북 제천 출신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충남 공주,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대전이 고향이다.

국무위원 중에선 한민구 국방(충북 청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충북 청주), 윤성규 환경(충북 충주), 김영석 해양수산(충남 아산) 장관이 충청 출신이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