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없는 비대위, '기울어진 운동장 고르기' 나설 수도
일각에서는 '친박 지도부 옹립 사전 정지작업' 주장도

새누리당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이르면 오는 7월 말로 예정되면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16일 현재까지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에서는 원유철 이주영 최경환 홍문종 이정현 의원 등이 출마를 타진하고 있고, 비박(비박근혜)계는 정병국 강석호 김성태 의원 등이 일단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현재 거명되는 후보들과 지금부터 두달 여 뒤에 실제 전대에 나설 후보들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임시 지도부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와 혁신위가 친박계를 배제한 비박·중립 성향 의원 일색으로 채워지면서, 전대 판세와 차기 지도부 구성의 콘셉트 등이 판이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당 혁신의 방향타를 쥔 혁신위원장에 수도권 비박계의 김용태 의원이 임명됐고, 전대 준비 작업을 맡은 비대위 안에도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김세연 의원과 이혜훈 당선인이 들어있다.

이들은 차기 전대를 앞두고 지금까지 친박계에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판세를 '평평하게' 만들고자 강력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특히 친박계의 중심이자 가장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최경환 의원을 염두에 두고 불공정게임이 되지 않도록 게임의 룰을 정하는데 화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시 말해 지금은 친박계에 유리해 보이는 판세가 두 달여 뒤에는 반대로 비박 계에 유리한 구도로 역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친박계가 긴장과 위기의식을 드러내면서 서서히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를 띠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일부 친박 강경파는 이번 인선 결과를 "정진석의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비대위 구성을 추인하는 전국위에서 이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이번 임시 지도부 인선 결과를 반대로 해석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총선 참패 이후 '로-키(low-key)' 모드로 들어간 친박계가 임시 지도부의 전권을 비박계에 계획적으로 내주고 일정 기간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에, 전대를 통해 전면적으로 부활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다.

당 관계자는 "비박계에 당 수습의 전권을 주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한 뒤에, 공식 지도부는 친박계에서 장악하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의 방안이란 전략을 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