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연구원·고려대 개최 학술회의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통해 북한에서 당의 역할이 강화하면서 반대로 퇴조한 군부 세력이 대남 도발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가 12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개최한 '북한의 7차 당 대회 평가 및 향후 전망'이란 주제의 공동 학술회의에서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 도발과 이에 따른 남북관계 악화 가능성을 크게 봤다.

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리더십 강화'의 방편으로 적극적으로 핵·미사일 전력 강화나 대남 도발을 시도하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 인민군 자금 부족…대남 도발 강화 가능성
정지융 중국 푸단(復旦)대 교수는 이날 학술회의 발표에서 "향후 대북 제재로 자금이 부족해진 군대가 (노동당) 39호실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군대가 당에 종속되는 현상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자금이 부족해지면 사기가 떨어지고, 그러면 자신들의 입지 확보를 위해 한국에 대한 도발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즉 북한 군부가 향후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고자 더욱 강경한 대남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아울러 노동당의 경우도 "소득 루트와 수단이 모두 차단됐기 때문에 당 간부들은 임무 완성을 할 수 없어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향후 간부간 이권 다툼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당 대회에서 나타난 북한의 대남노선에는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은 전혀 없었다"며 가능한 미래 시나리오 가운데 북한의 추가 도발과 이에 대한 제재로 남북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이 제일 크다고 전망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강화를 위해 당 대회에서 강조한 핵 보유 및 군사 강국 등을 증명하는 차원에서 5차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 김정은 '유일영도' 정치 캠페인 강화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 강화를 위한 정치 캠페인에 몰두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북한이 내부적으로 당 조직과 주민을 상대로 김정은 유일영도체계를 철저히 확립하기 위한 정치 캠페인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에 따라 북한에서 당원을 포함한 모든 주민이 김정은의 사업 총화(결산) 보고를 학습하고, 각 지역·단위들은 잇달아 집회를 열고 집행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연구원의 이기동 책임연구위원도 김정은이 '당 장악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백두혈통 숭배', '김정은-당 중앙위원회 일체화', '김정은 개인숭배' 등을 지속·강화할 것이라면서 "김정은을 실질적인 현세의 수령으로 형상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전략상으로는 "인민에겐 관대한 인민추수적 행태 및 간부에 대한 엄격한 공포정치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를 '인민대중 제일주의로 포장된 북한판 표퓰리즘'으로 규정했다.

이 연구위원은 나아가 "김정은이 단기적으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현실적 지지보다 인격적 리더십 보강에 유혹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며 "각종 핵 능력 고도화나 장거리 미사일 능력 제고 조치는 (김정은에게) 인격적 리더십 보강에 적절하고 대내 결속의 명분으로 활용하기에도 유용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경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내놓은 사실상 유일한 '설계도'인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은 점수를 줬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 전략에 대해 "구체적 실현 방안이 없어 실행력이 떨어진다"며 "5년 후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성과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것이 김정은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재 1%에서 앞으로는 -1~-2% 수준으로 북한 경제가 더욱 극심한 후퇴기에 빠져들 가능성도 제기했다.

조 연구위원은 당 대회 자체에 대해서도 "무리한 추진으로 후유증이 지속할 것"이라며 "조만간 120일 전투가 시행되는 등 계속적인 속도전으로 북한 사회의 결속력 이완이 가속하면서 주민의 탈북 현상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