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억원 규모…"국방중기계획에 몰래 끼워넣기" 비판도

우리 군이 북한군 전차에 대한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자 최신예 국산 K-2 흑표전차를 100여대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12일 "합동참모본부가 작년 10월 K-2 흑표전차 100여대의 추가 소요(所要)를 제기했고 현재 국방부가 소요 검증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100여대가 추가 도입되면 상비사단에 있는 M계열의 전차를 빼내고 모두 K계열의 전차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K-2 흑표전차 100여대의 추가도입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국산 파워팩을 장착한 K-2 흑표전차 양산 규모는 2배로 늘어나게 된다.

국방부는 기동군단 예하 기계화사단의 대대별 전차 보유량을 40대에서 30대로 줄이되 기계화사단을 1곳에서 2곳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전차 100여대가 추가로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방부는 해마다 작성하는 5년 단위의 국방중기계획에 2011년 K-2 흑표전차 도입 규모를 600여대로 검토했으나 예산 부족 등을 고려해 이를 200여대로 낮춘 바 있다.

이를 토대로 방위사업청은 독일산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을 장착한 K-2 흑표전차 100대를 생산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국산 파워팩을 탑재한 106대의 양산을 진행 중이다.

우리 군이 K-2 흑표전차의 양산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 것은 북한군이 신형 전차를 잇달아 전력화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은 2005년부터 '선군호'와 '천마호' 등 900여대의 신형 전차를 빠르게 증강해 최전방 부대에 배치했다.

현재 북한군이 보유 중인 전차는 약 4천500대로, 우리 군의 2배에 가까운 규모다.

국방부는 K-2 흑표전차 100여대의 추가도입 계획을 '2017∼2021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했으며 2020년부터 실전 배치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다.

K-2 흑표전차의 대당 가격은 약 80억원으로, 100여대를 더 생산하려면 약 8천억원의 예산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1조원에 가까운 K-2 전차 추가도입 계획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해 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3월 말 2017∼2021 국방중기계획 발표 당시 M-48 전차를 K-2 흑표전차로 교체한다고만 밝히고 K-2 흑표전차의 구체적인 도입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K-2 흑표전차 추가도입 계획이 논란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국방중기계획에 슬쩍 '끼워넣기'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현대전의 양상이 정밀유도무기와 항공전력을 주로 동원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최전방 지역에 수백여대의 전차를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전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더욱이 70% 이상이 산악지형은 한반도 지리적 여건을 고려할 때 전쟁 발발시 전차로는 기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즉 아파치 공격헬기와 같은 항공전력이나 대전차 미사일, 전투기의 공대지 미사일 등으로 전쟁 초기에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조밀하게 배치된 북한군 장사정포와 122㎜ 방사포 등을 우선 제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군은 전쟁 발발시 지상전 위주의 양상이 펼쳐질 것이라며 애초 K-2 흑표전차 600여대를 배치하자고 주장했지만 이런 논리에 따라 도입 물량이 줄어들었다.

일각에서는 국방부가 국민에게 공개하지도 않은 채 K-2 흑표전차 100여대의 추가도입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다루는 태도가 조금도 바뀌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K-2 흑표전차 추가도입 계획에 국내 방산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17∼2021 국방중기계획은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사업에 우선적으로 예산이 배정됐고 이 부분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K-2 흑표전차 추가도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K-2 흑표전차 추가도입 계획은 올해 하반기 사업 타당성 조사를 거쳐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다음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협의 과정에서 사업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2 흑표전차는 120㎜ 활강포와 기관총을 탑재하고 있으며 1천500마력으로 시속 70㎞의 속력을 낼 수 있다.

스노클링 기능으로 깊이 4m의 강물에 잠수해 도하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