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길 열려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한반도 평화통일 지지"
리퍼트 "공은 김정은에게…" 홍석현 회장 "현재로선 압박외 다른 선택 없어"
정성장 "한국 핵개발후 한미 공동관리 검토해야" vs 문정인 "핵무장은 저주"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3일(현지시간)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비핵화를 거듭 촉구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중앙일보 공동 주최로 열린 '한반도의 새로운 패러다임'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의 확고한 대북 정책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러셀 차관보는 "우리는 최우선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미국과 동맹을 보호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절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인류를 안전하게 하는 글로벌 핵비확산 체제를 절대 약화시키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동맹의 모든 대화 노력에도 오늘날 우리는 '비핵화'라는 단어조차 언급하지 않는 북한의 새 지도자와 마주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두 번, 아마 세 번일 수 있는데 결코 같은 말(馬)을 사는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2005년 9·19 공동성명 합의를 파기한 채 핵과 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선전에 속아 잘못된 합의나 양보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언급이다.

러셀 차관보는 "우리가 (북핵 문제를 풀려고) '루빅 큐브'를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보아도 북한은 '한미동맹은 적대적 행위'라는 신조를 고수하며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정당화했다"면서 "우리는 북한 정권에 번영된 미래와 안보(체제보장)로 이어지는 길이 열려 있음을 분명히 밝혀왔다.

그러나 그 길의 관문은 비핵화가 전제"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제재의 목적은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평화의 길로 나가는 길 이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한 것이다.

굴복이 아니라 정신 차리게 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셀 차관보는 이와 함께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당사국 간의 공조, 특히 철저한 한미 공조를 역설하면서 "우리는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지한다.

(통일이 되기 전) 그동안 우리는 한반도 모든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할 것이며, 우리가 지금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려고, 그리고 북한의 끔찍한 인권 위반 행위를 폭로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5차 핵 실험시 '방어 관련 조치'(defense-related measures)를 취할 것이라는 자신의 최근 언급과 관련, "우리가 최우선시하는 것은 본토 방어와 한일 동맹 방어다.

북한의 미사일과 잠재적 핵무기 위협 능력 향상에 맞서고 적응하기 위한 전략, 장비, 기술적 측면의 억지력과 방어조치를 향상하는 것은 지극한 간단한 논리"라고만 답변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한미동맹이 어느 때보다 공고하다고 강조한 뒤 "우리는 북한에 신뢰할 만한 협상을 제의하겠지만, 만약 (핵·경제) 병진정책을 고수한다면 북한의 고립만 더 심화할 뿐"이라면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는 한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대북제재 및 다른 수단을 통해 그 선택(핵개발)에 대한 대가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게 선택의 문제다.

공은 김정은한테 넘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은 앞서 개회사에서 "북한이 계속 비핵화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가하면서도 대화의 모멘텀을 확보함으로써 북한이 실질적인 협상에 나오도록 하는 길도 모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대북압박 이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 중국의 평화협정 요구와 관련해선 "평화협정이나 평화체제에 관한 자칫 잘못된 대화는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만약 그렇게 한다면 비핵화 논의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선 러셀 차관보도 "어두운 길로 잘못 빠져들어 평화협정을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한참 후에나 논의할 얘기"라고 밝혔다.

심포지엄에서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만약 협상이 이뤄지지 못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면 한국에서 핵무장 여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안보 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또 한국의 핵무장에 열린 태도를 가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한국이 핵을 개발하고 그 핵을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미국의 핵우산이 '찢어진 우산'이 아니라 '온전한 우산'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면서 "한국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의 시작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날 행사에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특보,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 서훈 전 국가정보원 제3차장, 안호영 주미대사 등 양국 전문가 약 20명이 참석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