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열린 한·이란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밝은 표정으로 마주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열린 한·이란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며 밝은 표정으로 마주보고 있다. 연합뉴스
저가 수주 고전하는 건설업 등 제조업에 '단비'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면담 '화룡점정'…교류·협력 고속도로 열어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 등 일정 마치고 귀국길


이란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시장 선점과 북핵 압박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성과를 올렸다.

경제 분야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두며 내수 및 중동시장 정체로 신음하는 건설·에너지 등 전통 제조업체에 숨통을 트이게 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국인 이란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며 북한을 한층 더 압박했다.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Supreme Leader)와 면담하는 등 최고위층 간 유대 관계를 돈독히 맺어 향후 교류·협력에 '보증 수표'를 확보했다.

박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한·이란 비즈니스 포럼 등의 행사에 참석한 뒤 귀국길에 오른다.

◇ 최대 52조원 수주 '잿팟' 가능…시장 선점 교두보 = 이번 방문 기간 우리나라와 이란 측은 30개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42조원(371억 달러) 규모의 일괄 수주(EPC) 가계약이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향후 수주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에 MOU가 체결되지 않았으나 1단계 사업 MOU로 체결 가능성을 높인 2단계 사업을 포함할 경우 52조원(456억 달러) 규모로 늘어난다.

철도·공항·수자원 관리·석유·가스·병원 건설·발전소 건설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가계약 및 MOU가 체결됐다.

박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임석 하에 체결된 MOU가 19건에 달하는 등 방문 기간 양측 간 이뤄진 가계약과 MOU는 66건에 달했다.

주요 인프라 사업은 철도 노반건설 및 차량공급을 담은 이스파한-아와즈 철도사업(53억 달러), 테헤란과 카스피해(海)를 연결하는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사업(최대 15억 달러) 등이다.

대(對) 이란 경제제재로 중단됐던 사우스파 LNG 플랜트 건설 사업(35억 달러) 협상이 재개되는 한편,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1·2단계 합산 100억 달러), 이란-오만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15억 달러), 콘크리트 아치댐 및 1천㎿ 수력발전 건설을 담은 박티아리 수력발전(19억달러) 등도 이번 MOU 대상에 포함됐다.

인프라 협력 뿐만 아니라 이번 방문의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한 기업들이 테헤란 현지에서 진행한 일대일 비즈니스 상담회를 통해서도 6천114억원 규모의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일 국가 최대 규모인 250억 달러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하는 등 우리 기업의 이란 진출을 적극 지원키로 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또한, 양국은 원활한 선박 운항 및 영업자유 보장 등 원활한 교역을 뒷받침하기 위해 해운협정을 체결했다.

양측 간 원활한 수출입 결제를 위해 현행 원화결제시스템을 당분간 유지하되 유로화 결제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번 성과를 계기로 제2 중동붐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핵 불용' 北우방 이란의 선물 = 경제적 성과와 함께 북핵 압박 외교는 이번 방문의 최대 성과 중 하나다.

북한과 오랜 신뢰관계를 구축해 온 이란이 북핵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북한의 고립감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에 대한 공동기자회견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원한다.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핵 개발도 반대한다"며 "중동지역은 물론 한반도에서 핵을 없애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말했다.

양 정상은 양국이 처음으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도 이런 입장을 담아 문서화했다.

김규현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면서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에서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고 주장한 것도 이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의 면담에서는 북핵 문제 등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1989년 5월 이란 대통령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했던 만큼, 면담 자체가 대북 압박외교에서 상징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 靑 "최고층 간 유대 형성"…韓기업 활동 공간 넓어져 = 박 대통령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면담한 것은 이번 방문의 '화룡점정'이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신정(神政) 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절대권력을 보유한 가장 높은 지위의 성직자이자 통치권자로, 이란 방문에 앞서 면담의 성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김 수석은 면담에 대해 "(30분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최고위층 간 유대 형성뿐만 아니라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발전을 위한 이란 내 지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향후 양국 간 교류에 고속도로를 까는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최고위층과의 유대 형성뿐만 아니라 문화콘텐츠를 내세워 양국 국민 간의 공감대 형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우리 제품과 한류 드라마 등이 형성해온 좋은 이미지를 한 단계 고양시켜 'K-컬처'를 형성, 이란인의 삶 속에 뿌리내리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박 대통령은 이란 방문에서 한·이란 문화공감 공연'을 관람한 데 이어 'K-컬쳐 전시'도 참관하면서 문화콘텐츠 교류를 강조했다.

(테헤란연합뉴스) 정윤섭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