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알짜 상임위' 물밑 쟁탈전
20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3당의 물밑 힘겨루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123석)과 새누리당(122석)이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의장직을 차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의장직을 상임위원장 배분을 위한 카드로 활용할 태세여서 협상은 더 복잡해졌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사진)는 “새 정치를 하는 국민의당이 당 의석수 이상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탐하는 것은 안 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내심 상임위원장 추가 배정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우리가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국회 제1당과 2당은 더 합리적으로 합의해줘야 한다”고 압박했다. 자신이 2012년 19대 국회 원구성 시 두 달간 협상 끝에 국토교통위원장과 보건복지위원장을 야당 몫으로 받아낸 사실을 예로 들기도 했다.

국회에는 16개 상임위원회와 2개 특별위원회가 있다. 상임위원장 선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은 없다.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이 협상을 통해 정하면 된다. 여야는 의석수 비율에 따라 각 당 원내대표가 모여 상임위원장 수를 배분하고 관례에 따라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왔다. 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152석)이 10개 위원장을, 민주통합당(127석)이 8개 위원장을 차지했다.

20대 국회에 이 방식을 적용하면 더민주가 7.38개, 새누리당이 7.3개, 국민의당이 2.27개다.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각각 8개의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고 국민의당이 2개를 배분받는 게 통상적이다. 물론 국민의당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협상 여하에 따라 국민의당에 3개를 할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새누리당은 제1당을 더민주에 내주면서 19대에 비해 상임위원장 자리를 최소 2개는 넘겨줘야 할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여당이 관례적으로 맡았던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는 각각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야당에 내줄 수 없지만 이번엔 하나를 야당에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쟁점이 걸린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중 하나도 더민주에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19대 국회에서 더민주가 위원장직을 맡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포함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