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등 12명은 불참…시종 무거운 분위기서 '반성문'
"일 안하고 싸움질 하는데 당선이 뭔 자랑…이게 현실"
'불모지' 호남에서 당선된 이정현·정운천은 박수받아


총선에서 참패한지 열사흘이 지난 26일 열린 새누리당의 당선인 워크숍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 당선인들의 '반성문'이 쏟아졌다.

4년 전 19대 총선에서 152명의 당선인을 배출, 원내 과반을 차지한 새누리당은 당시 대선을 앞두고 열린 '국민행복실천 다짐대회'에서 "국민의 과분한 사랑과 지지로 원내 1당을 유지하게 됐다"며 '100% 국민행복 실천 다짐문'을 낭독하고 대선 승리를 외쳤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122석을 얻는데 그쳐 원내 1당의 지위마저 내주게 된 새누리당의 이날 당선인 워크숍은 '자아비판'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국민의례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서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원유철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당의 지도부로서 책임이 가장 큰 저부터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죄송하다는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말했다.

현역 최다선(8선) 의원 자격으로 인사말을 한 서청원 의원도 "지도부의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반성하고 국민께 사죄드린다"고 했다.

원 원내대표, 서 의원 등과 함께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운동을 이끌었던 김무성 대표는 아예 워크숍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대표를 포함한 12명의 당선인이 워크숍에 불참한 탓에 곳곳에 빈자리도 눈에 띄었다.

이어진 지역구·비례대표 최연소 '새내기 당선인'들의 인사말도 '자성'으로 채워졌다.

지역구 최연소(43세, 경기 동두천·연천)인 김성원 당선인은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인 자신의 두 딸의 사례를 들어 "선거 끝나고 친구들한테 (아버지의 당선을) 자랑했는데, 친구들이 '국회의원 일도 안 하고 싸움질만 하는데 그게 뭔 자랑이냐'고 해 상처받은 듯하다"며 "그게 우리 현실일지도…"라고 말끝을 흐렸다.

비례대표 최연소(33세)인 신보라 당선인은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에 비판적인 20·30대의 투표율이 높았던 점을 거론하며 "'청년이 휴지도 아니고, 왜 선거 때마다 쓰고 버리나'라는 글귀를 지금도 기억한다"며 "'내일'도 없고 '내 일'도 없는 청년들을 또다시 일회용 휴지로 만들어서야 되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시·도별 당선인 소개 세션에서 '불모지'인 전북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정운천 당선인(전주을)이 혼자 나오자 좌중에서 "제일 낫다"며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전남의 유일한 당선인(순천)인 이정현 의원의 소개 때도 박수가 나왔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서 서청원 의원이 "제가 8선이 되니까 80대인 줄 아는데, 73세이고 아직 마음은 젊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지만,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새누리당은 이날 워크숍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반성과 변화·쇄신 각오를 담은 결의문을 발표하고, 조기 수습을 위해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류미나 현혜란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