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수용·對野 협력' 천명…민의 구체적 평가는 생략
'중단없는 구조개혁' 방침 재확인…野 "반성없다" 평가절하
'협력정치'?…靑 "3당이 논의 시작해야 청와대도 대응 가능"
총선 후 닷새 만에 수석비서관회의서 첫 입장 표명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새누리당 참패로 끝난 4·13 총선에 대해 민의를 받들고 국회와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여소야대의 새로운 국회 환경에 맞춰 야당과 대화하는 타협의 정치를 모색해보겠다는 총론적 차원의 대국회 접근법으로 읽힌다.

이 같은 언급은 총선 닷새 만인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나왔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구조개혁 등 국정운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반성과 변화 의지가 없다며 국정기조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

국회 권력을 거머쥔 야당과의 관계 설정이 녹록지 않을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여소야대 국회의 정착 단계까지 혼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야당과의 동거가 어떤 수준에서 이뤄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일 수밖에 없다.

◇ 朴대통령, 고심끝 총선 언급…野 "한마디 반성 없어" =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는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박 대통령이 총선 후 갖는 첫 공개회의인 만큼, 청와대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박 대통령은 문구 하나하나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게 참모들의 전언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는 국민의 민의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국민의 민의를 겸허히 받들어서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민생에 두고 사명감으로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마무리하도록 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 대통령은 "20대 국회가 민생과 경제에 매진하는 일하는 국회가 되길 기대하면서 정부도 새롭게 출범하는 국회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결과를 인정하고 민의를 반영해 야당의 협력하는 정치를 펼쳐나가겠다는 뜻을 간결하게 피력한 것이다.

지난해 정기국회부터 '국회 심판론'을 줄기차게 제기하며 야당을 압박해온 데서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 있는 언급이다.

향후 전개될 정치 상황의 복잡성에 비춰 일단 기본적인 인식만 내비치고 나머지는 탄력적으로 대처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총선 결과 나타난 민의를 겸허히 수용하고, 야당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절제되고 정제된 표현으로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언급은 총선 다음날 청와대의 2줄짜리 성명에 비하면 상당히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여당 총선 참패의 원인에 대한 성찰과 그 성찰에 뿌리를 둔 향후 국정운영방식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총선 결과가 새누리당에 '공천파동'에 대한 심판과 함께 지난 3년 간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의미로도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청와대 책임론을 피해갔다는 것이다.

국정 쇄신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야당인 한나라당이 승리한 16대 총선 직후 주요 경제 및 남북관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영수회담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단 한마디 반성도 없었다"고, 국민의당 김정현 대변인은 "총선 민의에 대한 인식이 안이한 것 같다"고 비판적인 반응을 내놨다.

◇ "중단없는 개혁" vs 野 '국정기조 전면전환'…'협치냐 마이웨이냐' 갈림길 = 박 대통령이 대내외적인 경제 여건의 악화를 강조하면서 경제활력 제고와 구조개혁을 여전히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로 삼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한 개혁들이 중단되지 않고 국가 미래를 위해 이뤄져 나가기를 바란다"며 "손놓고 있다가는 저성장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제활성화와 구조개혁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엄중한 만큼, 수석들은 고용·소비·투자·수출 등 모든 부분에서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책을 내각과 함께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흔들림없는 정책 수행을 주문한 것이다.

이는 또 면모 일신을 위해 당·정을 중심으로 한 인적 쇄신에 당장 나서진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박 대통령이 "일자리 대책과 노동개혁의 현장 실천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은 노동개혁법의 처리 불발 상황에서 기존 제도를 활용, 노동개혁법에 준하는 효력을 내는 방안을 추진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국정기조의 전면 전환'을 요구하면서 기존 정책의 일부 폐기를 요구하는 야당과 상당한 엇박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야당은 세월호 특별조사위 활동 기간 연장을 위한 세월호 특별법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야당은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으로 '경제민주화'와 '공정경제'를 내세우고 있어 양측 간 견해차를 좁히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이 3당 체제를 만들어준 만큼 먼저 3당 간에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청와대도 소통 지점을 찾을 수 있다"면서 "지금 청와대에 당장 답을 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