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기본료 폐지는 탄력…통신비밀보호법은 어려울 듯

4.13 총선 결과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짜이면서 통신 분야 각종 정책에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여소야대의 지형에서는 각종 법안에 야권의 목소리나 입장이 반영될 소지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17일 미래창조과학부와 국회에 따르면 당장 진행 중인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심사 결과와 이번 총선 결과가 관련이 있을지가 관심사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기업 결합 심사나 미래부의 기간통신사업자 인수합병 심사는 법적으로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에서 정부가 국회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돼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처럼 법적인 절차나 근거는 없어도 국회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는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의견을 표명하겠다고 하면 정부가 이를 거부하거나 말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려면 20대 국회가 출범하는 다음 달 말까지도 정부의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이어야 한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보고서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는 있지만 늦어도 다음 달 중으로는 정부의 심사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20대 국회가 이 사안에 대해 영향을 미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 관심이 가는 분야는 19대 국회 때 처리되지 못한 각종 쟁점 법안들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합법적인 휴대전화 감청과 통신사의 감청설비 구축 의무화 등을 담은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 논의됐지만 정당 간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 법안에 거세게 반대해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20대 국회에서도 이 법안 처리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통신기본료 폐지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기본료 폐지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19대 국회 미방위에서 야당 쪽 간사를 맡았던 우상호 국회의원 당선인은 "20대 국회에 재입성하면 반드시 기본료 폐지 법안을 먼저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재선에 성공한 배덕광 의원 당선인 등 새누리당 쪽에서도 기본료 인하에 찬성하고 있어 통신기본료에는 어떤 형태로든 수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의 운명도 주목된다.

이 제도는 시장 점유율 1위인 통신사에 대해 요금 인상이나 새 요금제 출시, 요금 구조 변경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제도다.

미래부는 지난해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하고 법안을 국회에 냈는데 논의만 이뤄지다 결론을 못 내고 말았다.

정부는 다시 폐지를 추진할 방침인데, 여야에 따라 입장이 갈리는 쟁점 사안은 아니다.

이 밖에 야당의 당론은 아니었지만 이동통신사가 주는 지원금과 휴대전화 제조사의 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보조금 분리공시제, 단말기 판매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을 분리하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등도 야당이 요구한 법안이어서 앞으로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