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부채탕감·최고금리 인하 공약에 부작용 우려
"여야 합의 없으면 통과 어려워…공약집착 말고 큰 그림 봐야"

더불어민주당이 4·13 총선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자 서민금융 관련 공약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관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하려면 여야 합의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이행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17일 더불어민주당의 금융 관련 공약사항을 살펴보면 주로 저소득·저신용 서민층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우선 서민층 가계부채 부담 경감을 위한 대책이 가장 눈에 띈다.

현존하는 소액 장기연체 채권을 소각해 저소득·저신용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내용이다.

우선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1천만원 이하 10년 이상의 장기 연체 채권을 소각하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저소득·저신용자 114만명의 채권을 추가로 매입해 소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매각과 추심을 금지하고, 개인회생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등의 제도 개선 사항도 담았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시효(통상 10년)가 지난 채권의 추심을 금지하면 연체 기간이 7∼8년이 지나면 돈을 갚지 않고 더 버티려는 유인이 생길 것"이라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업법상 최고금리(연 27.9%)를 추가로 낮춰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연 25%)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에 대해서는 "최고금리를 올해 초 낮췄는데 여기서 또 낮추면 결국 피해를 보는 저신용자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도 대부업 대출 승인율이 20%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금리 상한이 더 낮아지면 승인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대부업체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몰릴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더민주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공약에 대해선 여신금융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더민주는 총선 공약에서 카드 일반 가맹점의 수수료율이 평균 수수료율의 110%를 초과할 수 없도록 수수료율 상한 부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가맹점으로부터의 수익이 6천700억원이나 감소했다"며 "수수료율 추가 인하는 결국 부가서비스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도 손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가 총선에서 원내 제1당 의석을 차지하면서 경제 공약에도 무게감이 실린게 사실이지만 공약이 실제 이행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소야대 국면이라 하더라도 국회선진화법(현행 국회법)에 따라 새누리당과 합의하지 않고서는 야권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19대 국회처럼 양당체제에서는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패키지 딜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20대 국회는 3당 체제가 된 만큼 합의를 전제하지 않은 법안 통과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어떻게든 3당이 협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아야 법안 처리가 가능한 구도이며 이는 경제법안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더민주의 서민금융 공약들이 크게 무리한 수준은 아니란 시각도 있다.

3당간 협의를 거쳐 이행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채권추심업체들이 연체된 지 오래 지난 부실채권을 사들인 뒤 채무자를 괴롭혀 돈을 뜯어내는 일이 적지않게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도덕적 해이 방지도 중요하지만 소득격차 문제가 심화된 현 상황에서는 소액 장기연체채무 탕감이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더민주가 공약 실행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나머지 두 정당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윤석헌 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서민 금융부담 완화도 중요하지만 단편적인 공약 실행에만 너무 몰두하다 보면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며 "지금은 가계부채 해결, 내수 활성화, 대기업 정책, 먹을거리 산업 육성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당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박의래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