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非) 보수계열 정당 총합 과반 점유는 사실상 처음
17대 열린우리당 등 과반 점유했지만 '탄핵風' 비상상황


4·13 총선 결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면서 20대 국회에서 보수정당의 입지는 쪼그라들고 진보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는 비(非) 보수 정당의 목소리가 높아지게 됐다.

현재 원내에서 보수를 표방한 정당은 사실상 새누리당뿐으로, 다른 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새누리당의 정강·정책과는 분명한 각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비보수 계열 정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한 것은 1988년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이후 17대 국회를 제외하면 사실상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에는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152석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민주노동당도 10명의 당선자를 냈다.

여기에 새천년민주당(9석)까지 합하면 비보수 정당은 모두 171석에 달한다.

그러나 당시 선거가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으로 전국적으로 거대한 역풍이 조성된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 치러진 점을 고려해야 한다.

4년 뒤인 2008년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은 81석에 민주노동당은 5석, 창조한국당이 3석에 그쳤고 보수를 표방한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에 친박무소속 당선자까지 합치면 198석에 달했다.

19대 총선에서도 새누리당 152석, 자유선진당 5석으로 보수정당의 과반 점유는 이어졌다.

이처럼 보수 정당의 집권 및 확장이 이어지고 진보 정치 세력은 좀처럼 크지 못하면서 전체 인구의 노령화와 맞물려 국내 정치 지형 자체가 보수 쪽에 훨씬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20대 총선에서 보수정당의 급격한 입지 축소는 그동안의 추세에서 벗어난 결과란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그러나 제1야당인 더민주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김종인 대표를 영입하는 등 '우클릭'을 시도했고, 국민의당은 그보다 더 보수색이 짙다는 점 등을 볼 때 아직 추세 전환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의당 등 본격적인 진보 정당의 세가 여전히 미약한 점 등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 결과를 '진보의 승리, 보수의 패배'가 아닌 '새누리당의 패배'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