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양적완화, 20대 국회 '뜨거운 감자'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형 양적 완화’가 20대 국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이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20대 국회 시작 100일 안에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야권은 양적 완화에 대해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등의 매입을 통해 통화를 시중에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다. 기준금리가 제로(0)거나 마이너스여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능한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양적 완화를 시행했다.

한국형 양적 완화는 지난달 29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처음 언급했다. 강 위원장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돈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은이 산업은행 금융채권(산금채)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인수하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산금채를 매입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MBS 매입을 통해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주장이다. 중앙은행이 산금채 MBS 등 특정 타깃을 정해 선별적으로 매입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무차별로 돈을 푼 일본 유럽 등의 양적 완화와는 다르다.

한은법 제76조(정부보증채권의 직접 인수)에는 “한은은 원리금 상환에 대해 정부가 보증한 채권을 직접 인수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새누리당은 한은이 정부 보증 없는 MBS나 산금채를 인수할 수 있게 한 개정안을 20대 국회 개원 후 100일 안에 제출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모두 양적 완화에 부정적이다. 법안이 발의돼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논의 단계부터 막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우리가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이유가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지나치게 돈을 풀어 재벌들로 하여금 과잉부채, 과잉투자, 과잉시설을 낳게 했기 때문”이라며 “양적 완화로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면 실업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무제한 돈풀기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했고, 정의당은 “경제 실패를 더 많은 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은 내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30일 정치권의 양적 완화 요구에 대해 “한은이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