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시 "원천 무효"…사법처리·징계 칼바람 불 듯
시정차질 우려·최대 피해자는 '윤장현 시장'

광주시 공무원노동조합의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가입이 삼수 끝에 가결되면서 극심한 갈등과 진통, 적지 않은 후폭풍이 불가피해졌다.

투표 자체를 원천무효로 선언한 정부와 이를 강행한 노조, 이 사이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를 선 광주시까지 앞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광주시노조는 지난 8일 투표 마감 결과 전체 조합원 1천288명 가운데 657명(51.0%)이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83.1%인 546명이 찬성, 조합원 과반 참여에 3분의 2 이상 찬성인 가결 요건을 채웠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2014년 1월에도 전공노 가입을 추진했지만 투표율(33%)이 정족수에 못 미쳐 무산됐다.

2010년에는 투표 자체가 원천차단됐다.

3차례 시도 끝에 뜻을 이룬 셈이다.

복수노조 체제에서 제1노조가 전공노에 가입한 광역단체는 아직 한 곳도 없다.

◇ '투표개시·중단' 한달 간 투표 믿을 수 있나…"정당한 투개표" 반박
우선 투표 자체에 대한 법적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와 광주시는 법외노조인 전공노 가입을 전제로 한 투표 자체를 위법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투표 인원이 과반인 것을 두고 증거 제출 등 신뢰성 공방도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등은 "공무원법상 가결 여부와 무관하게 투표행위가 원천무효"라며 강경한 입장이다.

광주시 안팎에서도 1.0% 포인트 차이로 절반을 넘긴 것에 대해서도 "한달 간 진행한 투표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노조와 민주노총 일부 관계자만 참석해 이뤄진 개표에 신뢰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 노조는 "노조가 의사결정을 하는데 사측에서 신뢰하느냐 마느냐 운운하는 것부터 이상한 일"이라며 "노무사가 입회하고 대의원들 참관 아래 개표를 진행했고 비디오 촬영까지 해뒀다"고 응수했다.

노조는 애초 지난달 9~11일 투표를 진행하려 했지만 시가 정상적인 투표를 방해했다며 마지막 날 투표를 중단하고 같은 달 21일부터 투표를 재개했다.

투표 기간에는 현장 투표로 하던 방식을 온라인으로도 확대했다.

사실상 한달 간 진행된 투표에서 정족수를 가까스로 넘긴 데다 반대·무효표가 100표가 넘는 점 등은 노조 집행부에 대한 피로도를 방증한 것이어서 조합 탈퇴나 제2노조 이동 등을 예상하는 이도 적지 않다.

투표 마감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나온 조직 재배치 계획에 대해 상당수 공무원이 감축안으로 인식하고 투표를 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가결은 됐다지만'…사법처리·징계 후폭풍
징계와 사법처리 등은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행자부는 강승환 시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간부 14명을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상태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며 이들은 묵비권을 행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 등 7명은 정부가 금지한 성과금 나눠 먹기를 주도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행자부의 징계 요구에 따라 시감사위원회도 전면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여기에 행자부는 단순 투표 참가자도 확인되면 예외 없이 형사고발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어 추가 칼바람도 배제할 수 없다.

◇ 윤 시장이 호소한 시정 차질은…정부 대응 주목
시정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윤 시장은 노조투표를 허용했다가 시정차질을 호소하며 투표 자제를 요청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

정부의 강력한 경고에도 강행된 이번 전공노 가입 투표로 정부지원이 절실한 시정 현안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예비타당성 결과가 나올 전망인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이나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승인과 구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정부 협조 없으면 사실 단 한걸음도 나갈 수 없는 사안이다.

광주시는 자동차 100만대 예타 통과 촉구 시민 서명작업을 공무원이 동참한 가운데 대대적으로 한다는 계획이지만 어색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 이번 사태 최대 피해자는 '누구'
이번 사태에서 최대 피해자는 윤장현 시장이다는 말도 시청 안팎에서 오르내린다.

'시민시장'의 이미지에만 집착해 정부는 물론 노조에서도 신뢰를 잃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시정에서 보여준 우유부단함을 시민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는 아픈 지적도 있다.

특히 시 노조의 요구에 굴복, 주무과장을 인사 조처한 것을 놓고 시청 안팎에서 적절성 논란도 적지 않다.

시 노조와 민노총 관계자의 시장실 앞 소란에 대해 경찰 인력이 투입된 바 있다.

광주시의 한 공무원은 10일 "노조의 전공노 가입에 시민이나 공무원 대다수가 거부감이 있는데도 윤 시장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며 "진정 시민시장이 맞느냐"고 꼬집었다.

(광주연합뉴스) 송형일 손상원 기자 nicepen@yna.co.kr,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