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서 국민의당·더민주로 행보 갈려 각각 판세 지휘
양향자·권은희에 쫓기는 처지…패배 때는 치명상


광주 총선판세를 주도하는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의 사령탑 대결이 관심을 끈다.

총선정국 초반 무소속에서 고심 끝에 다른 배를 탄 두 사람은 광주에서 유례없는 야권 격전 결과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천 대표는 공식적으로는 국민의당 공동 지도체제의 한 축이지만 안철수 공동대표의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수석 코치'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당의 명운과 직결될 수 있는 광주·전남 권역 선거를 담당한 모양새다.

국민의당이 광주에서 의욕적으로 선보인 숙의배심원단 경선의 틀을 주도해서 짰으며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에는 광주는 물론 전남·북에 걸쳐 지원유세에 나섰다.

4일에도 여수, 광양, 순천, 고흥, 화순을 돌며 전남 동부권 지원유세에 집중했다.

자신이 기치로 내세운 '뉴DJ 발굴' 실패, 야권연대 주장 철회 등 과정에서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당 지지율이 호남에서 궤도에 올라서면서 광주 8석 석권을 자신하고 있다.

천 대표는 현역 의원들이 대거 경선을 통과해 물갈이 실패 책임론에 시달렸으나 역설적으로는 '베테랑 군단'을 거느리게 됐다.

다만 직접 출전하는 서을에서는 경쟁 후보들이 천 대표를 '공동의 적'으로 삼으면서 궁지에 몰렸다.

더민주 양향자 후보, 정의당 강은미 후보는 천 대표의 일부 방송토론 불참을 놓고 "유권자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기도 했다.

국민의당 공천과정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한 김하중 후보는 "천 대표를 잡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했다.

천 대표와 반대로 무소속에서 더민주를 선택한 이용섭 단장은 광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비대위원으로서 광주 공천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신진급으로 채운 후보들과 정책·공약 선점에도 힘쓰고 있다.

이 단장은 '육성군'에 비유되는 후보들을 이끌고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는 방식까지 챙기고 있다.

광주 시민이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 선택을 한다면 막판 더민주로 쏠림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이 단장은 확신했다.

그러나 광산을에 출마한 이 단장 역시 승리를 장담하기 이른 상황이다.

국민의당 현역의원 권은희 후보와의 경쟁에서 앞설 것이라는 일부 예상이 나왔으나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은 이 선거구를 광주 최열세 지역으로 분석하고 선대위 출범식, 후보 출정식, 안철수 대표 지원 유세 등으로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

19대 총선에서 당선되고도 광주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에서 물러나 보궐선거를 유발한 것도 이 단장에게는 '아킬레스건'이다.

당시 보궐선거 당선자가 권은희 후보다.

이 단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또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번 총선 전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로 했지만 아직 공식발표는 없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두 사람 모두 호남정치의 자산이지만 총선결과에 따라서는 정치생명이 흔들릴 수도 있다"며 "좁게는 자신의 선거에서 광주·전남, 넓게는 전국적인 야권 의석수에 민감할수 밖에 없는 처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