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초반 신경전…최근엔 정상회담 등 메시지관리
'최종 해결' 미래형…피해자 설득 여전히 최대 관건

한일 정부가 지난해 말 양국관계의 최대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합의했지만 '합의 100일'을 하루 앞둔 4일 현재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합의 이행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특히 헌법소원까지 제기돼 법적 분쟁에 휘말렸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12월28일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 및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합의했다.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총리대신 자격으로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데 이어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한국 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에 일본 측이 10억엔의 예산을 출연하는 것을 전제로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을 미래형으로 확인한 것이다.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전제로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상호 비난이나 비판도 자제하기로 했다.

합의 이후에도 초기에는 양국 정부 차원에서도 '잡음'이 그치지 않았다.

일본 측은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위안부 문제의 법적 책임을 부인하는 한편, 강제연행 증거가 없다면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에서 위안부 문제의 강제성에 대한 물타기를 시도해왔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위안부 소녀상 문제 등 합의 내용과 다른 해석을 내놓거나 확인되지 않는 협상 내용이 일본 언론을 통해 잇따라 나오면서 한일 정부 간에 신경전이 가열되기도 했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하며 확전을 자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일 유엔 인권이사회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위안부 합의 이후 첫 국제 인권 무대에서의 연설이었다.

일본 정부도 최근 들어서는 한국에 대한 자제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양국 정부가 합의 이후에도 계속 싸우는 모습을 보일 경우 합의 자체가 공중분해 될 우려에 공감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위안부 합의 이후 처음으로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재확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을 받았다.

위안부 합의는 연초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한일간 또는 한미일 3국간 대북 공조 측면에서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 해결'은 여전히 미래형으로 남아있다.

일본 정부가 '최종 해결'을 기정사실화하려고만 했지 합의 정신에 맞는 진정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데다, 제일 중요한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부 소녀상 문제가 향후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한일간 합의에서 우리 정부는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가능한 대응방향에 대해 관련 단체와의 협의 등을 통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지만, 일본 측은 소녀상 문제의 철거를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급기야 위안부 합의가 법적 문제로 비화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지난달 27일 위안부 할머니 29명과 사망한 할머니 8명의 유족을 대리해 위안부 합의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생존 피해자 44명 가운데 66%인 29명이 소송에 참여한 것이다.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수요 집회'가 계속되고 있는 것도 위안부 문제의 현주소를 반영한다.

위안부 합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한일간 합의의 핵심 사항 가운데 하나인 재단설립 작업도 물밑에서만 계속되고 있다.

외교부와 여성가족부는 재단설립을 위한 준비작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재단설립 진행작업이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 향후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감감무소식'이다.

우리 정부는 합의 100일째를 맞은 현시점에서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어떤 질문에도 "충실한 이행"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만, 재단 설립 작업은 위안부 합의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에도 불구하고 4월 총선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단 설립과 관련, 향우 우리 정부의 예산이 들어갈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일본 정부가 가해자로서 감당해야 할 비용을 왜 우리 정부가 부담하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 2월 일본이 출연하는 10억엔에 대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개개인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라면서 "재단 설립에 들어가는 비용은 우리가 해야 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의 예산 소요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단의 성공과 위안부 문제의 최종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설득과 참여를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