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등록금을 대폭 인하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이 4·13 총선 공약 중 가장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성격이 짙은 공약으로 꼽혔다.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내세운 고교 무상교육 공약도 재원 부담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당의 ‘공정임금’ 도입 공약은 시장경제 원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민간 경제연구원장 등 전문가 14명을 대상으로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등 여야 3당의 총선 공약을 평가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복지 공약에 대해 “국가 재정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책이 많다”고 평가했다. 일자리 창출 공약은 “구체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경제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총선 D-9] "국공립대 등록금 인하 '최악 공약'…고교 무상교육은 재정 뒷받침 안돼"
[총선 D-9] "국공립대 등록금 인하 '최악 공약'…고교 무상교육은 재정 뒷받침 안돼"
○“기초연금 인상 재원 마련 의문”

더민주의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 공약이 가장 나쁜 평가를 받았다.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14명 중 10명이 이 공약을 최악의 공약으로 꼽았다. 국·공립대 등록금을 사립대 평균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학자금 대출 이자도 연 2.7%에서 무이자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이미 대학 재정이 타격을 입었다”며 “등록금을 추가로 낮추면 대학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고교 무상교육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헛된 공약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만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월 10만~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더민주의 공약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간 수조원에 이르는 추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일자리 공약 중에선 더민주의 청년 취업활동비 지급 공약을 가장 부정적으로 봤다. 이 공약의 내용은 미취업 청년이 구직활동을 하면 6개월간 월 60만원씩 지급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직 활동비 지급보다 직업교육 등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청년고용할당제 확대 공약도 나쁜 공약으로 뽑혔다. 조동근 교수는 “의무적으로 청년 고용을 할당해 일자리를 창출·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양적 완화 의견 갈려

기업 및 노동시장 관련 공약도 전반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내세운 최저임금 인상과 더민주의 법인세 인상, 국민의당의 공정임금 도입 등을 나쁜 공약으로 꼽았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자율과 책임의 원칙을 강화하면서 과도한 정부 규제를 줄이고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이번 총선 공약은 복지라는 이름으로 재정 악화를 초래할 내용이 많아 걱정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성규 안동대 교수는 "이른바, '정치적 경기순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제시한 ‘한국판 양적 완화’에 대해선 전문가의 평가가 엇갈렸다. 한국판 양적 완화는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과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풀어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해소를 돕는 정책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마지막으로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경국 교수는 “돈을 푸는 정책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늦춰 시장을 더욱 왜곡시킨다”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 △곽태운 서울시립대 정경대 명예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민경국 강원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 △안재욱 경희대 교수 △이성규 안동대 교수 △유재원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최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나다순)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