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내홍에 야권 난립…여당 '어부지리' 가능성도

세종시 20대 총선의 최대 관심사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해찬 의원의 생환 여부다.

결전을 2주 앞둔 시점에서 순탄할 것으로만 보였던 이 의원의 7선 가도는 중앙당의 '공천배제'라는 칼날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종인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에서 '친노 좌장'인 이 의원의 공천탈락은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지만 후폭풍 역시 만만치 않다.

더민주 세종시당 주요 당직자들은 당무를 거부하고, 시의원들이 이해찬 의원 선대위에 대거 참여하면서 시당 조직은 사실상 와해됐다.

지역구 공천을 받지 못한 이해찬 의원은 당을 뛰쳐나와 '무소속 출마'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세종시 출범 이후 초대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닦아 놓은 지역 기반과 시당 조직의 지원, 세종시 신도심이 야권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 무소속 출마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7월에 출범한 세종시는 역대 선거에서 대체로 야당 강세 성향을 보여 왔다.

그해 4월 독립된 선거구로 처음 열린 19대 총선에서는 이해찬 의원이 당선, 충청의 맹주를 자임했던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를 누르고 지역구 '초대 의원'이 됐다.

4년이 흘러 세종시 인구는 어느새 22만명을 넘어섰다.

기존 조치원 인구보다 세종시 출범 이후 외부에서 유입된 신도심 인구가 더 많은 상황이다.

야당 입장에서 더 유리하게 흘러가는 형세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1만5천명이지만 파견 근로자 등을 합하면 3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신도시의 평균 연령은 31.8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청년층의 표심이 이번 선거의 중대변수로 꼽힌다.

이 의원 탈당과 무소속 출마 과정에서 보여준 더민주의 집안 싸움이 이들에게 어떻게 비칠지가 중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중앙당에서 충남 예산 출신의 문흥수 후보를 세종시에 전략공천 함으로써 더민주의 내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는 시당 조직 와해와 시의원들의 이해찬 선대위 참가를 '해당행위'로 간주하며 중앙당의 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시당 조직이 모두 이 의원에게 넘어간 상황에서 중앙당의 지원이 지역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불러올지는 의문이다.

이처럼 제1 야당이 집안싸움에 정신없는 사이 세종은 야권성향 후보가 4명이 난립하게 됐다.

연대·단일화 논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지역 인지도가 적었던 전 대통령경호실 차장 출신의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가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이유다.

실제 일부 여론 조사에서는 박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 한 정치인은 "더민주가 공천 문제를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면서 청년층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지켜봐야 한다"며 "야권 성향의 후보 간 연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상대적으로 여당이 손쉬운 선거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세종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young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