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중도실용 세력 모두 떠나…새로운 정당 출현 불가피"
재야 출신 서울 최다선 이탈…수도권·중도층 표심 영향 주목


새누리당의 4·13 총선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이재오 의원이 23일 탈당했다.

비박(비박근혜)계 '맏형'인 이 의원은 이날 오후 11시 서울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으며, 24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할 예정이다.

이 의원은 비슷한 시간에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의원(대구 동구을)과도 사전에 몇 차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0년대부터 30여 년간 민주화 운동을 해온 재야 출신 인사로, 지난 15대 총선 때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보수 여당의 외연 확대 차원에서 직접 영입해 원내에 입성했다.

이 의원은 이후 한나라당 사무총장, 원내대표 등을 지냈고 2007년 대선에서는 친이(친이명박)계의 좌장 역할을 맡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하는 등 여권 내 수도권 중도보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했지만, 결국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와의 오랜 갈등이 낙천으로 이어져 탈당의 계기가 됐다.

이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공천관리위 사람들이 끝까지 나를 공천하지 않으려고 억지로 시간을 끄는 것을 보고 탈당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나를 중심으로 한 친이계 의원들의 잇따른 낙천과 탈당으로 새누리당에서 합리적이고 중도실용적인 세력들이 다 떠나게 됐다"면서 "이는 당의 주요한 한 축이 완전히 무너지고 수구보수만 남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재오가 갖는 역사적 상징성이 당의 보수 이미지를 보완하는 데 도움을 줬는데, 이제 새누리당은 1인 권력에 맹종하는 사람만 남는 수구적 정당이 됐다"면서 "이제 앞으로 새로운 정당이 불가피하게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의 탈당과 더불어 이 의원을 비롯한 일부 중도보수 성향 의원들의 잇따른 탈당과 낙천이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중도층의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여권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내 한 비박계 의원은 "재야 출신이면서 서울 최다선(5선)으로 수도권의 중심축이었던 이 의원의 탈당은 정치사적으로 새누리당의 '우클릭 보수화'를 상징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총선 후보 등록이 완료되는 25일 이후부터 다른 무소속 출마자들과 연대해 '품앗이' 방식으로 유세 지원을 서로 돕는 방안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