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을 개발하고도 특정 업체의 로비를 받고 철갑탄을 막을 수 없는 일반 방탄복을 구매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원은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방부와 4개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한 전력지원물자 획득비리 기동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2010년 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북한의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액체방탄복 개발에 성공했다. 철갑탄은 전차와 해군 함정, 콘크리트 벙커 등을 뚫을 수 있는 고성능탄이다.

하지만 군은 철갑탄 방탄복 대신 일반 방탄복을 납품받기로 했다. 국방부 고위공무원으로 일하던 전직 육군 소장 A씨가 모 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일반 방탄복으로 계약조건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군의 방탄복 독점공급회사로 결정됐고, 지금까지 3만5200벌(260억원)의 일반 방탄복을 납품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A씨는 그 대가로 업체 계열사에 부인을 위장취업시켜 39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이 업체에 부여한 방탄복 독점공급권을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