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기 파주시 중앙로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나란히 앉아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기 파주시 중앙로 황진하 새누리당 사무총장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서청원 최고위원이 나란히 앉아 눈을 감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비박(非朴)’계 현역의원에 대한 공천 칼바람이 무섭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재오 주호영 등 ‘친이(친이명박)’계 중진 의원들을 컷오프(공천 배제)한 데 이어 조해진 권은희 의원 등 유승민계를 가차 없이 공천 배제했다.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20일엔 진영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발표하는 등 당내 공천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그럼에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이 위원장의 칼날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서로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 의원의) 자진 사퇴를 기다린다”고 압박했다. 청와대는 “공천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청와대와 이 위원장의 ‘교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9일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발언을 보면, 친박계가 왜 당의 분열까지 감수하고서라도 비박계 현역의원 물갈이에 나서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 최 의원은 경북 경산에서 열린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맨날 아군들에게 총질하는 의원만 잔뜩 있으면 뭐 하나”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국회의원 숫자만 많으면 뭐 하나. 야당부터 나무라야 하는데 야당에는 일언반구 말도 안 하면서 입만 열었다 하면 여당만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유 전 원내대표와 그를 따르는 현역의원들을 비판한 것이다.

최 의원은 “욕을 먹어도 일을 하겠다는 의원들이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고도 했다. 현역의원의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 의원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을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2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 (민생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박 대통령이 올 들어서도 노동개혁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핵심 민생법안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지만 여당 의원 가운데서도 강 건너 불 구경하듯 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청와대가 이런 점을 매우 섭섭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친박계 내에서 “박 대통령이 어려울 때 대구·경북 의원들은 뭐했느냐.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도와주기는커녕 뒷다리 걸거나 뒤에서 비아냥거리는 것 말고 한 게 뭐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았던 지난해 2~7월 박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법안 통과를 줄기차게 주문했지만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성과를 내지 못한 데 대해서도 청와대는 상당한 불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정면 배치되는 발언을 하면서 친박과 유승민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4월 총선은 집권 4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의 분수령이다. 총선에서 ‘진박(眞朴·진실한 친박)’계 세력이 약화되면 박 대통령의 레임 덕(집권 말 권력누수 현상)은 앞당겨질 수 있다. 친박계가 ‘정면승부’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장진모/유승호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