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추가 핵실험 시사 하루 만에 규모 2.2 인공지진 감지
"규모상 핵실험 아닌 듯"…당대회 앞둔 '70일 전투' 관련 가능성

16일 오후 12시 30분께 평양 남동쪽 34㎞ 지점에서 규모 2.2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는 기상청발 뉴스가 전해지면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반발해 최근 연일 핵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김 제1위원장이 15일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데 따른 여파였다.

그러나 우리 당국과 대북 전문가들이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금세 진정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발파로 인한 인공지진으로 추정된다"고 말했고 정부 고위 관계자도 "채석장 발파 실험으로 파악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규모 2.2라면 핵실험으로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2006년 1차 핵실험 때 규모가 3.9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4.0 정도는 되어야 핵실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규모 2.2는 극히 일부 사람만 진동을 느낄 수 있을 정도며, 평양 지역에도 아무런 영향이 없는 수준이다.

기상청이 인공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힌 지점은 위도 38.82, 경도 126.04로, 황해북도 상원군 인근 산악지대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철광석, 금광 등 광물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졌다.

지헌철 지진연구센터장은 "이 지역이 석회암 지대라서 옛날부터 광산 발파 작업이 많았다"며 "아직 3월 중순인데도 올해 들어 명확하게 확인된 북한의 인공지진만 이번을 포함해 벌써 21번째로, 2∼3일에 한 번꼴로 인공지진이 감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조금씩 발파해서 큰 폭발음이 안 나게 하는데 이렇게 하면 비용이 많이 드니까 북한에서는 한꺼번에 터뜨린 것일 뿐"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이렇게 할 수 없지만, 북한에서는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공지진의 자세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북한이 36년 만에 열리는 오는 5월 7일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경제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벌이는 속도전인 '70일 전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영희 산업은행 통일사업부 북한경제팀장은 "당국이 성과를 내라고 하니까 규모가 큰 발파작업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광물 수출이 여의치 않은 만큼 내수 소비 목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파 작업과 관련한 것으로 보이는 인공지진으로 인해 소동이 빚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6년 8월에도 북측 강원도 판교군 지역에서 규모 1.7∼2.0 정도의 지진파가 탐지됐지만, 소규모 발파에 따른 것으로 추정됐다.

2004년 8월에는 양강도 삼수 지역에서 규모 2.0의 지진파가 관측되면서 의문이 제기됐지만 얼마 후 당시 북한 외무상이 직접 나서 "대규모 수력발전 건설 계획의 하나로 산(山) 하나를 계획적으로 폭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이상현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