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화 완성 첩보·정황 없어"…中 핵실험후 2년 만에 성공
일각선 실현 가능성도 제기…北 핵탄두 모형 추정 사진 공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일 핵탄두를 경량화해 탄도로켓에 맞게 표준·규격화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이 발언의 신빙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핵무기 연구분야의 과학자, 기술자들을 만나 핵무기 병기화 사업을 지도하는 자리에서 "핵탄을 경량화해 탄도 로켓에 맞게 표준화, 규격화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핵무기를 소형화해서 탄도미사일에 탑재했다는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미 군 당국의 '작전계획 5015'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한 4D(탐지·교란·파괴·방어) 작전계획 등은 급격한 수정 보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2006년 10월 제1차 핵실험을 한지 10년이 됐기 때문에 핵무기 소형화 기술을 상당히 진전시킨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탄도미사일에 탑재할 만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기존 평가에는 변동이 없다"면서 "한미는 북한이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했다는 첩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런 정황도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크 웰쉬 미국 공군참모총장도 7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소형화된 핵무기를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달 1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를 실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해 핵무기 소형화 완성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도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소형화하는 데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도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소형화된 핵탄두 모형으로 추정되는 원형 물체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한미를 압박했다.

노동신문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한 탄두 모형이 뭉툭한 KN-08 미사일 탄두에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둥근 모형의 물체를 공개했다.

이 모형은 핵탄두 구조 설계도면에 나타난 것과 유사한 모양이었다.

군은 북한이 소형화된 핵탄두 모형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공개한 것에 대해 미국의 잇단 전략무기 한반도 출동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해석하면서 앞으로 대외적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평양시 용덕동의 고폭실험장에서 1980년대 후반부터 120여 차례의 고폭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작년에는 고폭실험을 한 번도 하지 않아 군 당국은 소형화 기술 확보 여부와 매우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예의 주시해왔다.

현재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무게 4∼4.7t 규모의 초보적 수준의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무게의 핵탄두는 1t 이하로 줄여야만 ICBM에 탑재할 수 없다.

국가별 핵탄두 소형화 완성 기간을 보면 미국은 핵실험 후 7년(완성 1952년), 옛소련 6년(1955년), 영국 7년(1959년), 프랑스 2년(1962년), 중국 2년(1966년) 등이다.

이들 국가 사례로 미뤄보면 1차 핵실험 10년이 지난 북한도 소형화 가능성은 충분한 상태이다.

북한은 2010년 말 이후 연간 최대 40㎏의 고농축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라늄탄 1기 제조에 고농축우라늄 15~20㎏이 소요되어 이론적으로는 2기의 우라늄탄을 제조하는 능력은 갖췄다.

플루토늄도 40여㎏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6㎏의 플루토늄으로 핵무기 1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6~8기의 플루토늄탄을 제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