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핵전문가 "北 참수위협 억지용 핵대포 개발시 심각한 불안 요인"

미국의 한 핵 비확산 전문가가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한 신형 대구경 방사포의 핵 무장화 추진 가능성을 우려하며, 남북한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신형 대포와 미사일 개발 경쟁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에서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을 맡은 제임스 루이스 국장은 7일(현지시간) "북한은 핵교리를 발전시키고, 남한은 선제공격과 참수공격을 포함한 재래식 교리를 발전시키는" 작용-반작용의 악순환이 지난 수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지난 3일 시험발사를 통해 신형 대구경 방사포를 등장시킨 것은 "참수공격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과 직결돼 있다"고 주장하고 "가능성을 암시한 수준이지만" 이 방사포의 핵무장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북한이 원산 앞바다 약 150km 해상의 무인도에 있는 목표물을 겨냥해 시험 발사한 신형 대구경 방사포는 북한의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들로 봐선 러시아의 Bm-30, 파키스탄의 Hatf-9, 중국의 SY-300 등과 유사해 구경 300-400mm에 이를 것으로 그는 추정했다.

그는 북한이 신형 대구경 방사포 구경에 맞을 만큼 핵포탄을 소형화할 수 있는 기술 능력에 대해선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4차례 핵폭발 실험에서 사용된 것은 지름이 약 60cm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Hatf-9용으로 소형 핵무기를 배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이라면 360mm로 소형화했다는 뜻이다.

그는 "한가지 가능성으로, 파키스탄이나 북한이 구경 280mm였던 W-9 핵포탄과 같은 미국의 초기 핵포탄과 유사한 탄두의 개발을 시도"할 수도 있다고 봤다.

북한이 핵대포 개발 유혹을 느낄 이유로, 그는 한국과 미국이 완전히 방어하기 어려운 "서울에 대한 위협"을 들었다.

또 한·미군의 북진 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의 열세를 만회해주는 무기가 될 수 있는 점도 있다.

루이스 국장은 "북한이 핵대포를 갖게 되면 한반도 안정에 정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핵대포를 "한국의 군사행동, 특히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 위협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억지력"으로 보겠지만, 핵대포의 배치는 그 사용권한을 야전사령관에게 `사전위임'하는 것을 의미해 재래전이 핵전쟁으로 비화하고 우발적 충돌이 통제 불능의 사태로 발전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지도부가 북한의 핵대포 위협에 (북한의 바람대로) 억지를 당하지 않고 우발적 통제불능의 위기 가능성을 감안해 도리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참수공격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핵대포 사용권한의 사전위임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김씨 가문이 사라진 후에라도 보복하라는 '사자(死者의 손)'을 만들어두는 것이지만, 한국 지도부는 김씨 가문만 없어지면 북한군의 보복의지도 사라질 것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루이스 국장은 추론했다.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신형 방사포의 시험발사 현지지도에서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며 "실전 배비(배치)한 핵탄두들을 임의의 순간에 쏴버릴 수 있게 항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4일 보도했다.

루이스 국장은 이 대목을 신형 대구경 방사포의 핵무장화 추진을 암시한 것으로 봤다.

그는 또 "지금 적들이 '참수작전'과 '체제붕괴'와 같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마지막 도박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하여 정세는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는 험악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참수작전'을 지목하기도 했다.

'참수작전'은 지난해 8월 조상호 국방부 군구조개혁추진관이 안보학술 세미나에서 "북한군보다 우위의 비대칭 전략 개념"들로 "심리전, 참수작전, 정보 우위, 정밀 타격 능력 등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널리 회자되기 시작했다.

미군이 핵무기 억제를 위해 적용하는 작전 방식 중 하나인 참수작전은 적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징후가 보이면 핵무기 승인권자를 제거함으로써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7일 시작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서 '참수작전'이 적용될 것이라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과거 세미나에서 이론적인 용어로 설명한 것이지 (군에서) 작전용어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