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86 그룹 반발 '꿈틀'…우상호 "동의하지 않아"
정동영 "뼛속 깊이 보수여당…분명한 정체성 회복해야"
정의당 "제1야당 부족함에 노동자들 직접 거리로 나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민주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노조가 사회적 문제에 집착하면 근로자 권익보호가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야권에서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민주에서는 운동권 출신의 반발이 감지되는 한편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그동안 노조의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옹호해온 진보 진영의 의견과 다소 배치되는 김 대표의 발언을 비판하고 나섰다.

더민주내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운동권 출신 그룹의 대표적 인사인 우상호 의원은 8일 TBS 라디오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 발언에 대해 "노동조합이 사회문제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말씀하신 것에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노조가 자기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단위로서 사회적 발언, 정치적 발언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시기에 유연한 발언을 통해서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은 이해할 수 있지만 당내에 저와 같은 진보적 블록은 김 대표의 생각과 조금 다른 생각과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다른 견해는 총선 이후에 또 우리 진보적 블록들이 모여서 펼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 정동영 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조합이 포괄적인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사회문제에 참여하는 것은 이미 선진 민주국가에서는 일반화된 얘기"라면서 "독일에 유학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김 대표가 노조의 사회참여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하니 놀랍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김 대표는 지금 몸은 야당에 와 있지만 사고방식은 뼛속 깊이 보수 여당적인 것인 아닌가"라며 "스스로 진보라고 자처하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런 행보가 어떻게 용인되고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국민의 당을 향해 언필칭 야권통합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야당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며 "야권통합을 거론할 수 있는 자격은 그 이후에나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맥락상 노동운동에 대한 폄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노조의 활동 범위를 언급하며 노동계가 정치적·사회적 현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집착으로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한 대변인은 "노동계가 일터를 벗어나 거리로 나서는 것은 정부·여당의 반노동 정책에 맞서 헌법상 노동3권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생존의 몸부림"이라며 "더구나 제1야당이 박근혜 정권의 반노동적 폭거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직접 자신과 가족의 삶을 지키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김종인 대표가 노동계를 찾아 먼저 해야 할 이야기는 노동계에 대한 아쉬움이나 쓴소리가 아니라 제1야당의 부족함으로 노동자와 서민의 권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bluekey@yna.co.kr